흙빛이 된 표정... 일을 잘 해도 남는 게 없다니 양파 마케터 농사 농부 최새롬 기자
아버지는 이른 아침부터 혼자 트럭에 컨테이너 박스를 잔뜩 싣고 오셨다. 읍내 농민들이 작물 수확 때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양파 담기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미 '박스를 가져왔다'는 것부터 엄청난 노동이 시작됐다.
하루 반나 절 일한 동생은 나가떨어졌다. 양파대 자르기 작업 후 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약한 녀석...이라기엔 평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성인에게 당연한 결과. 어쩐지 고랑을 하나씩 맡아 같이 출발해도 자꾸 멀어져 가서, 남이 두 골 할 때에야 한 골을 마치더라니.농사일 자체는 작물을 오늘 알게 된 사람도 할 수 있지만, 누적되는 노동량을 버티는 것이 어렵다. 이제 나까지 낙오되면 안 되기 때문에 부모님은 내 안색을 살피신다. 밭으로 걸어가는 내 등 뒤에"일을 잘 혀~"라는 말이 들린다.대관절"일을 잘 한다"라는 뜻은 무엇일까. 10년 넘는 직장 생활 동안 궁금했던 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매출에 기여한 정도를 소상히 적는 증명, 십수 명의 동료와 상사 평가를 지나 몇 개의 등급으로 떨어지던 평가가 무색하게, 농사는 오늘처럼 내일도 밭으로 나갈 수만 있다면"일 잘한다"라고 해주신다.
이 구체적으로 작은 액수는, 아래 밭에 깔아둔 컨테이너 100박스에 양파를 다 담더라도 수익이 약 150만 원 정도 된다는 간단한 결과를 보여준다. 더 슬픈 사실은 위의 밭도 비슷하게 추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 담아봐야 알겠지만 여기서 크게 바뀔 듯한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음, 손해 같은디...' 그때부터 나는 표정이 흙처럼 깜깜해지고 말이 없어진다. 5~6월부터 생산되는 양파는 중·만생종으로, 작년 10월부터 약 8개월을 밭에서 자랐다. 300평에서 약 150만 원+a 정도라는 수익이 예상되지만, 이건 아직 인건비와 자잿값 등 아무것도 빼지 않은 수익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한우 총집결하는 마장동…그 중 미식가 '비밀 아지트'는 이곳 | 중앙일보알음알음 지인 소개와 초대로만 갈 수 있는, 이곳은 바로...\r한우 고기 맛집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윤동주 생가 폐쇄 中에 박민식 보훈장관 '속 좁은 소인배'최근 중국이 뤼순 감옥 내 안중근 의사 전시실과 윤동주 시인 생가를 폐쇄한 데 ''다름을 내세우고, 같음은 차버린다'는 속 좁은 소인배나 갈 법한 길을...' 박민식 국가보훈부장관 중국 뤼순감옥 안중근의사 윤동주시인 생가 구동존이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스치기만 해도 물집 유발...잼버리 덮친 공포의 '화상벌레'미흡한 대회 준비 속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쏟아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참가 대원들 사이에서 화상벌레에 물린 환자마저 속출하고 있다.6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 3일 하루 발생한 잼버리 관련 환자는 1,486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벌레로 인한 환자가 383명으로 36.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포착] 화물선 방향타에서 버틴 14일…목숨 건 밀항 현장유럽에 가기 위해 목숨을 걸고 화물선 방향타에 올라탄 사람들이 14일간 5천600㎞를 항해했지만, 유럽이 아닌 브라질에 도착하게 된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잠자다 천장 내려앉았다'...최초 '순살아파트' 붕괴 이후 53년째 변한 게 없다고질적인 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파트 붕괴 참사는 50여 년째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