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떠나는 친구를 배웅하며 무안공항 사고 소식을 접하고, 삶의 균형과 일상의 소중함에 대한 생각을 되새겼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의 유리창 너머로는 쏟아지는 겨울 아침 햇살이 반짝였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계절, 공항은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배웅하는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출국장 곳곳에서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었다.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젊은 부부, 배낭을 멘 청년들, 정장 차림의 비즈니스맨들. 그들의 표정에서 설렘과 함께 어떤 긴장감도 느껴졌다. 마치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전날(29일) 오전, 떠나는 친구를 공항에서 배웅하다가 스마트폰 화면을 스치듯 넘기던 그 순간,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무안공항 사고 소식이었다. 손끝이 떨렸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뉴스를 읽어 내려가는 동안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눈앞에는 설렘 가득한 친구의 얼굴이, 저편 너머엔 슬픔으로 가득 찬 알 수 없는 얼굴이. 그들의 슬픔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와 다른 현실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 무거운 현실을 곧 비행기를 타고 떠날 친구와 나눠야 할까? 순간의 고민 끝에, 나는 침묵을 선택했다. 때로는 말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배려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우리는 왜 큰 사고 소식을 남에게 전하기를 주저하는 걸까? 어쩌면 그것은 일상이라는 마지막 보루를 지키고 싶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흔들리는 땅 위에서도 꽃은 피어나듯, 우리는 불안정한 현실 속에서도 일상의 작은 행복들을 붙잡으려 한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와도 바닷가의 조개들은 여전히 모래 속에서 숨을 쉰다. 우리도 그렇다. 세상이 아무리 흔들려도,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일터로 향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만나는 일상을 이어간다. 그것은 도피가 아닌, 삶을 지속하기 위한 방식일 수도 있다. 때로는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일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잠시 눈을 감는 지혜도 필요하다. 비겁함이 아닌,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조용한 잠깐의 저항이다.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 일상을 잘 지켜내기를 나는 공항을 가득 메운 인파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들은 각자의 길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유리창 밖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바라보며 걸었다. 같은 공간 안에서도 서로 다른 시선과 마음을 품은 사람들. 마치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활주로는 여전히 분주했다. 비행기들은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고 있었다. 활주로의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우리 사회의 균열과 갈등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 불빛은 동시에 희망이기도 했다. 어둠 속에서도 길을 밝히는 빛처럼, 혼란 속에서도 우리는 방향을 찾아가고 있었다. 친구가 마지막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뒷모습을 지켜보며 생각했다.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일상은 계속된다. 아니, 계속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어쩌면 가장 강력한 희망일 것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달리며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하늘을 뚫고 올라가는 그 모습이 마치 우리의 모습 같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할 거라고. 그것이 인간의 의지이며, 희망이다. 결국 여행은 계속된다. 우리의 일상도, 우리의 꿈도, 우리의 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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