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간암 진단을 받은 권모씨(71)는 당시 간 일부를 잘라내는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병이 재발했다. 혈관을 차단해 암...
2년 전 간암 진단을 받은 권모씨는 당시 간 일부를 잘라내는 절제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병이 재발했다. 혈관을 차단해 암세포를 괴사시키는 간 색전술을 세 차례 받았음에도 또다시 암이 재발하자 병원에선 그에게 간 이식을 권유했다. 가족을 비롯해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간을 기증받으면 생체 간이식이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38세인 아들이 아버지에게 기꺼이 간을 공여하기로 결심했지만 권씨는 오히려 아들의 간을 이식받지는 않겠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기증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이 컸기 때문이다. 간과 신장은 타인에게서 이식받아 치료가 가능한 대표적인 장기다. 각종 질환으로 이들 장기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 이식수술이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있지만 과거의 사례에 바탕을 둔 오해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환자나 가족들이 반대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식 대상자와 기증자 사이 혈액형이 같아야 한다거나 조건이 까다롭고 부작용과 위험성이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어 다른 치료법에 비해 비교적 활성화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이식수술 중에서도 살아있는 기증자의 장기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이식을 성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술이 향상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간 이식의 경우 과거에는 기증자와 수혜자 간 혈액형이 같거나 수혈이 가능할 때만 시행할 수 있었고 키와 몸무게 등 신체 조건도 비슷해야 하는 등 제약이 컸으나, 최근에는 면역억제제와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혈액형이 불일치해도 장기가 건강하고 크기만 맞으면 이식이 가능하다. 수술 성공률과 생존율 또한 최근에는 95% 이상으로 높아졌다. 서석원 중앙대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서양은 뇌사자의 장기 기증이 활발한데, 한국은 뇌사자 장기 기증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 대체 수단으로 현재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이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오해와 부정적인 인식이 커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신장 이식 땐 생존율 90%까지 상승최근 연구에선 생체 간 이식을 받은 환자들의 생존율이 뇌사자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보다 3배가량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간 이식을 활발하게 하는 국내 10개 병원의 생체 이식수술 성공률은 조사 결과 97.6%로 높았다. 간 이식 후 사망 위험도 높지 않아 현재 전체 간 이식 수술의 3분의 2 이상을 생체 이식이 차지하고 있다. 수술 기법과 면역억제제의 발전, 감염관리 수준이 향상된 데다 의료진의 경험이 축적돼오면서 수술 전후 환자 관리 역시 표준화되어 치료 성과가 대폭 개선됐다. 혈액형이 다른 기증자로부터 이식받는 환자에게 생길 수 있는 면역 관련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정착돼 있다. 수술 3주 전 골수에서 혈액형 항체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을 투여한 뒤 수술 1주 전에는 기존에 만들어진 혈액형 항체를 없애기 위한 혈장교환술을 시행하는 방식이다. 또한 세간의 인식처럼 기증자의 신체에 막대한 부담이 가해지는 것도 아니다. 간 기증은 여러 검사를 거쳐 건강 상태가 양호하고 간의 기능 및 간 크기가 정상일 때 시행하는데, 간은 일부를 잘라내도 3~6개월 정도가 지나면 저절로 재생해 원래 상태에 가깝게 회복된다. 기증자에게서 간을 절제할 땐 대부분 전체 간의 65~70%를 차지하는 우측 간의 일부를 절제해 이식하는 데 사용한다. 서 교수는 “간 이식에 있어 보통 기증자에게는 문제가 없고 수술 후 특별한 치료 없이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증자에게 치료적 시술이 필요한 사례는 1%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서 간 기증 수술 후 장애가 남거나 사망한 경우에 대한 보고는 없어서 충분한 사전검사를 받고 기증에 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안심하고 이식해도 된다”고 말했다. 간 외에 신장 또한 기증자가 살아있는 동안 타인에게 이식이 가능한 장기다. 신장 이식은 신장의 기능이 거의 없어진 말기신부전 상태의 환자에게 주로 이뤄진다. 이 같은 상태에선 신장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혈액이나 복막 투석을 해야 하며, 투석에 소요되는 시간이 매우 길어져 일상생활에 큰 제한이 생긴다. 또한 투석을 해도 정상적인 신장의 기능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으므로 말기신부전 환자의 5년 생존율은 75%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암 환자 5년 생존율인 72%와 비슷할 정도로 낮다. 반면 신장을 이식받은 말기신부전 환자의 생존율은 80~90%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기적인 투석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되므로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된다. 다만 기증자를 찾기가 어려운 문제는 숙제로 남아 있다. 국내의 뇌사 기증자보다 신장 이식 대기자가 더 많은 형편이라 평균적인 대기 기간이 8~10년에 달한다. 뇌사자 이식을 기다리며 지치거나 사망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탓에 만일 신장 한쪽을 공여할 수 있는 기증자가 있다면 생체 이식이 더 나을 수 있다. 신장은 좌우 하나씩 두 개가 있어 한쪽을 기증하더라도 남은 하나의 신장이 건강하면 신장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 신장 이식의 60.7%가 생체 이식일 정도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기증자가 있다면 신장 한쪽을 절제한 뒤에 건강 상태를 지속할 수 있는지 살피면서 기저질환은 없는지 전반적으로 검진하는 과정을 거친다. 특히 다양한 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을 확인한 후 이식 여부를 결정한다. 라이프 많이 본 기사 생체 신장 이식은 기증자의 신장을 적출한 뒤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수술 과정이 보통 3~4시간 동안 진행된다. 기증자는 수술 3일 후 합병증이 없으면 퇴원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신장도 간과 마찬가지로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같지 않아도 이식이 가능해졌다. 혈액형이 다른 상태로 신장을 이식할 때엔 이식 후 환자의 몸에서 거부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면역억제 치료를 진행한다. 권소이 중앙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면역체계가 이식받은 신장을 공격하지 않도록 면역억제제를 꾸준히 복용해야 하지만, 평생 투석을 받아야 해 절망하는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신장 이식은 이상적인 치료법일 뿐만 아니라 희망”이라며 “신장 이식을 통한 치료법이 발전하면서 보다 안전하게 기증할 수 있게 됐고, 덕분에 많은 환자의 생명을 근본적인 치료로 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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