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의 호언장담에도 최악의 결말 맞은 데이원 데이원제명 허재 KBL 이준목 기자
KBL은 16일 오전 KBL 센터에서 제28기 제6차 임시총회 및 이사회를 개최하고 선수단 임금체불 및 재정난에 시달린 데이원 구단을 회원에서 제명한다고 발표했다.KBL 정관에 따르면 구단을 운영할 능력이 없거나 심각한 결격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이사회 심의를 거쳐 총회에서 구성원 중 4분의 3 이상 찬성을 조건으로 제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97년 출범한 프로농구에서 구단을 제명시킨 것은 데이원이 사상 최초다.데이원 사태는 예고된 비극이었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자산운용은 지난 2022년 고양 오리온 농구단을 인수해 데이원스포츠로 재창단했다. 데이원은 프로농구단 운영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겠다며 네이밍 스폰서 등을 도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고, 실제 팀명도 스폰서를 맡은 캐롯손해보험의 이름을 따라 고양 캐롯으로 정해졌다.
지난 14일에는 김강선, 전성현, 이정현, 한호빈 등이 데이원 선수단을 대표하여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태 해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선수들은 그동안 임금을 받지 못하면서 식사와 농구용품도 사비로 해결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16일 김희옥 KBL 총재는 "데이원이 정상적으로 구단을 운영할 의사와 능력이 없다고 최종적으로 확인했다"고 퇴출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총재는 "데이원은 연봉 체불 등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거짓과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해 리그 신뢰와 안정성을 크게 훼손했다"고 일침을 놓았다.다만 팀을 잃은 데이원 소속 선수들은 KBL이 보호하기로 했다. 김 총재는 "모든 선수가 안정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도록 새 후원사나 인수 기업 선정, 특별 드래프트 시행 등 가능한 조치를 상황에 맞게 성실히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재는 지난해 8월 창단식에서 데이원을 둘러싼 우려의 시선에도 오히려 "지켜보면 탄탄하고 좋은 구단임을 알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호언장담에도 구단은 최악의 결말을 맞았다. 그가 과연 구단의 내부 상황을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호언장담 했다면 농구계와 팬들을 기만한 것이다. 무엇보다 허재는 임금체불 사태 등 구단을 둘러싼 논란이 악화된 이후로는 입을 닫고 침묵을 지켰다. 농구 후배 선수들이 임금도 받지 못하고, 농구계가 데이원 사태로 엉망진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재는 데이원이 퇴출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최근 또다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 활동을 재개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분명한 건 이번 '데이원 사태'는 26년간 우여곡절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해왔던 KBL 초유의 구단 제명과 10개 구단 체제의 파행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농구 역사에 두고두고 남을 오점이다. 허재는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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