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막 할머니가 8월29일 오전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예당역에 앉아 있다. 하루에 한 번 영등포역까지 갈 수 있던 무궁화호 열차가 사라진 뒤 할머니의 서울 가는 길은 어려워졌다. 할머니는 예당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광주송정역까지 간 뒤 케이티엑스로 갈아타야 서울에 갈 수 있다.
아흔이 넘은 할머니 혼자 갈 수 없는 길이기에 매번 아들이나 손녀가 광주송정역까지 데려다준다. 기차를 빼앗은 정부가 야속하기만 하다.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있다 없으니께 성가시제. 서운하기도 허고…그 전엔 1년에 예닐곱번 가던 서울 아들집도 이제 큰 맘 먹어야제.” 아흔살 신달막 할머니가 예당역에 앉으며 지팡이를 부리고 말했다. 신 할머니가 사는 전남 보성군 득량면 오봉2리는 평균 나이 80살 주민 67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이다. 그래도 마을 근처에 기차역이 두 개나 있다. 차로 3분 거리에 있는 예당역, 6분 거리의 득량역이다. ‘경전선’이 다니는 철도 길에 마을이 있는 덕이다. 2년 전까진 철도를 따라 하루 한 번 다니는 용산행 무궁화호가 경전선을 거쳐 호남선, 경부선으로 곧바로 이어지며 오봉2리 사람들을 서울로 실어 날랐다. 신달막 할머니와 서울 사는 여섯 자녀도 이 길을 거쳐 만났다.
” 오봉리 마을 회관에 모인 주민들이 사라진 용산행 무궁화호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경자씨가 작은 시골 마을 주민으로서, 고령의 시민으로서 느끼는 ‘소외감’을 말했다. 이씨는 “환승하면 된다고 쉽게 말하지만 이 동네에서 제일 젊은 나도 표 끊고 환승하고 하는 게 무서워서 그 이후로 열차 타 본 적이 없다”며 “안산에 사는 애들 집에 가는데 열차 타기 무서워서 버스 타고 가려다가 헤매서 결국 12시간 걸려서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시간에 맞춰 환승 표를 구매하고 열차를 타는 일은 고령인 마을 주민들에게 쉽지 않지만, ‘효율성’은 이런 처지를 고려하지 않는다. 소외감은 옆 마을에서도 이어진다. 전남 보성군 보성읍에 사는 김아무개씨 부부는 열차가 사라진 뒤 두 달에 한 번 가던 병원 검사를 석 달에 한 번으로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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