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인생 2막 여덟번째 이야기] 공계진 이음나눔유니온 조합원 "싸워야만, 세상이 바뀌어요"
지난 5월, 공계진 이음나눔유니온 조합원을 경기도 안산의 시화노동정책연구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늦을까 봐 서둘렀더니 약속 시간인 1시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연구소 문은 잠겨 있었다. 12시 55분에 위와 같은 문자가 왔다. 식사 시간이 길어지나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화 공단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 홍보 활동을 한 것이다.
"연구소에서 시화공단 노동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 5만 원짜리 상품권을 준다고 할 때는 호응이 별로 없었어요. 그런데 커피 트럭 앞에는 많은 노동자들이 줄 서서 커피를 받아 갔어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이런 방식으로 노동자들에게 다가가면 '노동조합은 빨간 띠 두르고 투쟁이나 외치는 곳'이라는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공계진은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다. 또래보다 1년 늦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때도 몸이 안 좋아서 1년 동안 휴학을 했고, 대학교는 재수해서 들어갔다. 80년도에 고려대학교 화학과에 입학했다. 광주항쟁이 일어난 해다. 교정은 최루탄 냄새로 가득했고, 매일 시위가 이어졌다. 이런 시대에 무언가 해야 한다며 방법을 찾고 있던 그에게 불교학생회가 눈에 띄었다.
"저는 당시에 사회로 나가 노동운동을 하자는 이른바 '반복파'였어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 공장에 들어갈 준비를 했어요. 솔직히 고민이 많았어요. 노동운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장애가 있는데 공장에 들어가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한 친구한테 그런 고민을 털어놓으니까 '운동한다는 놈이 해보지도 않고 못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았어요. 해보지도 않고 못 한다는 건 운동가의 자세가 아니지요. 공장에 들어가기로 마음먹었어요." 다림질이 익숙하지 않아서 금방 정체가 들통날 줄 알았다. 부서에 배치되었으니 일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했다. 옆에 있는 동료들이 도와주었다. 공계진을 딱 보면 거짓말하고 들어온 줄 알았을 텐데, 티 내지 않고 도와주었다. 처음 한 달은 너무 힘들었다. 각서까지 쓰고 들어왔기 때문에 잔업도 일부러 했다. 안 그래도 장애가 있는 다리인데 오래 서 있다 보니 더 아팠다. 걷기도 힘들었다. 노동자들을 조직하려면 퇴근하고 술 한잔도 해야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집으로 바로 갔다. 3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렇게 힘든 일을 견딜 수 있었던 건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 때문이었다. "제 삶의 신조는 잘못된 세상을 바꿔야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나한테 피해 주는 사람에겐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는 마음도 있었어요. 어렸을 때, 저에게 장애가 있다고 놀리고 저를 괴롭힌 아이들은 저한테 다 맞았어요. 안 맞은 아이들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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