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움, 공감과 책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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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에서 빛나는 아름다움, 공감과 책임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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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아름다운 가상 세계와 현실의 혼란 사이에서, 플레이어는 빛의 소멸과 희망을 향한 여정을 통해 공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화면.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 갈무리 폐허가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걸까. 지난 12월 10일 출시된 모바일 게임 를 하며 든 생각이다. 전작들이 그러했듯 파스텔 톤의 색감과 공간감을 극대화한 몽롱한 사운드, 마우리스 코르넬리스 에셔의 석판화 ‘오르내리기’, ‘전망대’처럼 착시를 이용해 물리 법칙을 무너뜨리는 환상적 퍼즐은 기대했던 만큼 조화롭고 아름다웠다. 특히 파스텔 평면화의 질감을 거의 그대로 살리고 노골적으로 채색하는 소리까지 덧입힌 ‘오리가타 아뜰리에’ 스테이지는 시리즈를 통틀어 손에 꼽을 만큼 화사한 세계를 구현해낸다. 이토록 인상적인 시청각적 경험이 전작들과 분리되는 건, 바다의 어둠을 밝히는 등대의 빛이 소멸하면서부터다. 한정적이고 파편적인 대화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과 다른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이 전작보다 훨씬 많이 부각된 이번 작품에서, 빛의 파수꾼 견습생 누어는 빛의 소멸이라는 재해를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상실과 실패를 경험한다.

그럼에도 이 세계는, 등대의 빛이 사라져 수해를 입고 길을 잃고 방황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게 된 이 세계는, 여전히 아름답다. 가령 바다의 범람으로 고립된 자매를 구출하는 ‘일순간의 이별’ 에피소드 초반, 많은 것을 집어삼킨 바다의 빛깔은 여전히 따사로우며 수몰된 건축물들은 위태로운 중에도 여전히 매혹적인 퍼즐로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것뿐이면 좋았겠지만, 게임 제작사도 미처 예측할 수 없던 또 다른 커다란 심리적 걸림돌이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이 출시된 건 12월 10일, 12.3 내란 시도에 대한 대통령 탄핵 1차 표결이 무산되고 국민 다수가 분노와 우울에 빠진 시기였다. 에 대한 앞서의 질문은 살짝 변주됐다. 폐허에서 이렇게 아름다워도 되는 걸까. 매일 혼란스럽고 자주 추악했던 12월 3일 이후의 모든 시간 동안, 현실을 잠시 잊기에 는 매우 효과적인 처방전이었다. 원래도 짧은 플레이 타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갈 만큼 이 세계는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마치 이 시기를 위해 등장한 선물처럼. 하지만 바로 그 이유로 약간의 죄책감 역시 동반한다. 이 혼돈의 시국에 이토록 조화롭고 눈부신 세계에 탐닉해도 되는가. 이에 대한 나름의 해답 혹은 알리바이를 준 건 게임 자체였다. 새로운 빛을 찾아내 희망을 남긴 결말 이후의 엔딩 크레딧에서 제작진은 “전 세계적으로 18억 1천만 명이 심각한 홍수 피해의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라며 자사가 참여 중인 홍수 구호 캠페인의 인터넷 페이지를 알려준다. 해당 페이지에서 그들은 조림 사업을 비롯한 활동 내역을 공개하는 동시에 사람들의 관점을 바꾸고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꿀 게임의 힘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한다. 덕분에 내 게임 구매가 좋은 일에 쓰였다는 값싼 만족감을 얻긴 했지만 그걸 말하려는 건 아니다. 아름다운 가상은 현실을 외면하게도 해주지만, 때론 아름다움을 경유해야 주눅 들지 않고 현실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을 때, 18억 1천만 수재 인구에 속하지 않은 이들도 홍수를 공통의 문제로 인식하고 책임감을 느낄 수 있을까. 는 엔딩에 이르기까지의 아기자기한 퍼즐과 모험의 경로가 하나의 예행연습이었음을 알려준다. 견습생이던 누어가 파수꾼으로서 새로운 빛을 찾아냈듯, 이 눈부신 모험의 끝에서 플레이어는 현실에 대한 책임의 시작을 만난다. 우리의 여정은 더 큰 세계에서 계속될 것이고 또 계속되어야 하며 게임의 빛나는 순간들과 성취의 경험은 남은 여정의 낙관적 의지로 남아줄 것이라고. 마치 등대처럼.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안이 가결되자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 권도현 기자 소위 연말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흉흉한 시국과, 그에 상반되는 축제 분위기의 연말 시상식과 무대의 위화감 사이에서 의 체험이 다시 떠오르는 건 그래서다. TV를 보면서도 질문은 반복된다. 폐허가 이렇게 흥겹고 화려해도 될까. 나라가 이 모양인데 뭔 놈의 축제냐고 말하고 싶진 않다. 문화적 즐거움은 뺏기지 않기 위해 투쟁해야 할 대상이지, 먼저 포기해야 할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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