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안전처의 허술한 관리 탓에 폐업 의료기관이 보유한 174만 개의 마약류의약품 중 상당수가 불법유통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감사원이 지적했다. 감사원이 실제로 13개 폐업 의료기관을 선정해 샘플조사를 실시한 결과, 5개소는 ‘분실’ 또는 ‘임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어 불법유통 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기관이 잔량 폐기량이 없다고 보고한 경우는 업무 편의나 감시 회피 목적으로 잔량을 허위 보고한 가능성이 크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정기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식약처는 2019~2022년 폐업한 의료기관 920개소의 마약류의약품 재고 처리 등 사후 보고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 이들이 보유한 마약류 의약품은 174만여 개로, 이 중엔 ‘좀비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레피펜타닐 4256개, 마약성 진통제 옥시코돈 5108개, ‘우유주사’란 별칭을 가진 프로포폴 7078개, ‘스페셜K’로 불리는 케타민 1097개 등이 대거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이를테면 서울 강남구 소재 한 의원은 재고로 보유하던 프로포폴 등 1936개를 관할 공무원 참관 없이 임의 폐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경북 포항시 소재 모 의원은 재고로 있던 항정신성의약품 5만2000개를 자택으로 가져와 보관하던 중 2만7246개를 분실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13곳 중 다른 5곳은 대표자가 연락 두절되는 등의 상황이라 추가 조사가 필요하고, 다른 2곳은 이미 관할 보건소가 고발 조치했으며 1곳은 처분 유예기간에 해당한다고 감사원은 전했다.프로포폴 등 앰플 단위로 포장된 주사제 의약품은 통상 포장을 뜯어 사용한 뒤 남게 된다. 그런데도 감사원의 시스템 분석 결과 최근 4년간 1만1000여곳에서 ‘프로포폴 사용 후 잔량이 없다’는 보고가 2만6000여 건에 달했다. 의료기관이 잔량 폐기량이 없다고 보고한 경우는 업무 편의나 감시 회피 목적으로 잔량을 허위 보고한 가능성이 크다.감사원은 식약처에 “폐업 의료기관을 순차 점검하고, 지자체가 폐업 의료기관 지도ㆍ감독을 철저히 하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또 샘플 마약류의약품 재고 샘플조사 결과 위법이 확인된 폐업 의료기관은 관할 지자체장에게 고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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