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 기획 전시 '장식 너머 발언', 오는 28일까지
2년 전 일이다. 3호선 안국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서 윤보선길에 접어들었다가 깜짝 놀랐다. 풍문여고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아니, 학교는 어디로 가고... 그 자리에는 웬 박물관이 서 있었다. 이름하여 서울공예박물관.각 건물의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 같아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그뿐인가. 로비에 마련된 안내데스크와 휴게 의자, 수납장 등 시설물들이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독특해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알고 보니 그것들은 모두 공예 작가들의 작품이었다!
건물 동선도 매우 효율적이라 인상에 남았다. 전시3동 3층에서부터 관람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흘러 흘러 전시1동 로비에 다다랐다. 이러한 흐름은 기존의 풍문여고 건물 5개를 리모델링하고 2개 동을 덧대어 새로 지음으로써 가능해진 일이었다. 서울공예박물관을 알게 된 이후 지인들이 갈 만한 박물관을 추천해 달라고 말하면 언제나 서울공예박물관을 첫 손에 꼽는다. 쉴 곳도 많고, 구경거리도 많고, 풍경도 멋지고. 무엇 하나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이다.'장식 너머 발언'은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현대장신구가 보여주는 다양한 형식 실험과 개념적 전위를 다루는 전시다. 참여 작가는 111명. 작품은 신체와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심상 속에 투영된 자연을 담는가 하면 다양한 사회적 이슈와 시공간에 얽힌 담론을 표출한다.
현대장신구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형성된 공예 장르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본격화했다. 현대장신구는 과거 부와 권력을 상징하거나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한 장식품이었던 장신구를 독립적인 예술품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장신구에 과감한 재료와 형식을 더하기도 하고 장신구에 예술적, 철학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시도를 여지없이 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이것도 장신구라고?' 할 만큼 파격적인 작품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반 클리프, 까르띠에와 같은 명품 장신구 전시를 예상한 관람객이라면 다소 당황하거나 실망할 수도 있을 듯하다. 1부 '장신구 아방가르드'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초기 현대장신구 작가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장이다. 1970년대 오스트리아 장신구 작가들은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워 사회 정치적인 구조를 비판하며 과감한 퍼포먼스를 전개했다.
2부 '현대장신구의 오늘'은 신체, 자연, 서사를 소주제 삼아 한국과 오스트리아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장이다. 작가들은 장신구를 제작하면서 착용 실험을 넘어 젠더에 관한 담론의 장을 펼치는가 하면, 자연에 대한 반성적 태도와 숭고함을 표현하고 사회적 모순이나 고정관념을 지적하는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3부 '현대장신구의 내일'에서는 한국과 오스트리아 작가 10인을 통해 미래의 제작 환경을 고려한 작업방식과 태도를 살펴본다. 한국은 특유의 '유연함'으로 3D 제작기법, 플라스틱과 같은 산업 소재를 실험하는 등 최신의 기술과 재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반해 오스트리아는 다양한 재료를 기반으로 기존 생산방식에서 제기되는 문제점이나 현대사회의 현대장신구가 보여줄 수 있는 발언적 기능에 더 주목한다. 1부에서 인상 깊었던 작품은 김정후의 물방울 시리즈였다. 인체를 활용한 디자인이 시선을 끌었다. 김정후 작가는 현대장신구가 생소한 우리나라에 이를 알리고자 노력한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국제공모전에서 3차례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8개국 21개처 미술관에 50여 작품이 소장되어 있는 작가라고 한다. 2부 중 자연을 키워드로 삼은 작품에서는 공새롬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버들강아지를 표현한 작품은 쌀알을 장신구 재료로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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