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체 공장이 서서히 멈춰서고 있다.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가 캐즘이라는 깊은 수요 부진의 계곡에 빠지며 국내 배터리 3사의 공장 가동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며 캐즘이 장기화할 전망이라 배터리
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7일 에스케이온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의 올해 1~3분기 국내외 공장 평균가동률은 46.2%다. 조업일 중 절반 넘게 공장을 못 돌린 셈이다. 지난해 평균가동률 대비 반토막 수준이고, 올해 상반기 가동률보다도 더 낮아졌다. 평균가동률은 1년 중 휴일을 뺀 조업일 가운데 공장을 돌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낸다. 이 회사만의 얘기가 아니다. 삼성에스디아이의 2차전지 사업부문의 1~3분기 소형전지 공장 평균가동률은 68%로 상반기 이후 눈에 띄게 줄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중대형전지도 비슷한 흐름이다. 엘지에너지솔루션은 상반기 가동률보다 1~3분기 가동률이 소폭 올랐으나, 지난해 평균가동률에는 크게 못 미친다.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면서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수요가 덩달아 꺾인 영향이다. 배터리 셀 제조사 매출과 수익성도 큰 폭으로 나빠졌다. 엘지엔솔의 1~3분기 매출은 19조16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5%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7.09%에서 4.18%로 크게 악화했다. 삼성에스디아이 역시 에너지솔루션 부문 매출이 21.3% 감소하고 영업이익률은 7.73%에서 4.83%로 하락했다. 에스케이온은 매출이 반토막 났고, 영업손실은 5632억원에서 7676억원으로 커졌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 그간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라 국내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에 지급하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지원금이 끊기거나 줄어들 여지가 있다. 간신히 흑자를 유지하던 엘지엔솔도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스텔란티스 등과 손 잡고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에스디아이도 재무 부담이 커진다. 바이든 정부는 미국이나 미국과 자유무역협정를 체결한 국가에서 제조된 전기차 배터리에 세액 공제 혜택을 줘왔다.미국의 정책 변화는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치명적이다. 캐즘 극복을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 확대와 배터리 기술 발전을 통한 가격 인하가 필요한데, 정책 동력이 약해지면 충전 인프라 구축 속도나 배터리 업계의 기술 혁신 속도가 늦춰질 여지가 있다.
당장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배터리 업계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고민의 결과 중 하나가 비용 절감과 함께 새 먹거리인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사업의 강화다.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시장은 미국을 중심으로 인공지능발 전력 수요가 폭증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확산하며 급성장 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엘지엔솔이 2026년부터 4년간 80기가와트시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공급 계약을 수주한 사실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모회사인 에스케이이노베이션과 에스케이이엔에스의 합병을 통해 재무 구조 안정화를 추진 중인 에스케이온은 꾸준히 원가 절감에 힘을 싣고 있다. 올 3분기 매출원가율은 74.0%로 한 해 전에 견줘 23.1%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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