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택시 운전사] 문신을 한 손님을 무서워하는 나의 편견
오래전 이용하던 단골 카센터 사장님 팔에는 하트 그림 아래 사랑이라는 글자가 문신으로 새겨져 있었다. 희미해져 가는 푸른색이었던 하트는 좌우가 비대칭으로 비틀어져 있었고 손으로 쓴 글씨는 엉성하고 조악했다. 늘 사람 좋은 웃음을 짓던 사람의 팔에 새겨진 문신은 다소 의외였고 어색한 조합이었다.
세월이 흘렀고 세상은 바뀌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 시대 극소수만의 문화였던 문신이 연예인을 필두로 거리에서 흔하게 보는 '타투'가 되었다. 게다가 조악한 필체의 '차카게살자'나 '사랑' 일변도였던 모양도 트라이벌과 포트레이트, 레터링에서 이레즈미까지 다양한 종류로 진화하였고 이를 새겨주는 '타투이스트'들의 예술적 영역으로 전문화되었다. 지난여름 평일 어느 날 오후였다. 주택가에서 콜이 왔다. 출발지에 도착했는데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가끔 차가 도착한 후에 나오는 경우도 있어 으레 곧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는데 기미가 없다. 불길한 예감과 함께 짜증이 밀려왔다. 기사가 직접 예약취소를 할 수 있는 시간 3분을 넘기 직전이었다.
침묵을 깬 아빠가 학교는 어땠냐고 물었는데 아이는 내가 들을 수 없는 작고 초라한 목소리로 무슨 말인지를 짧게 대답했고 더 이상 말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뒷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부자의 아우라는 무겁고 어두웠다. 문신이 풍기는 이미지가 편견을 주었는지 모르지만 아이의 표정 없는 얼굴이 그날 저녁까지 괜히 우울하게 머릿속을 떠다녔다.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문신 혹은 타투가 주는 문화적 의미를 나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이십대 후반 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는 할 생각도 없고 하지도 않겠지만 그렇다고 남들이 하는 것을 평가하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이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자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 어투에 사실 자존심도 좀 상해 있었다. 서울을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10미터쯤 유흥가 골목을 천천히 벗어나 큰길로 나가는 신호등에 서 있었다. 곧 신호가 들어와 좌회전을 하는데 누군가 급하게 뛰어와 주행 중인 차 문을 열려 했다. 택시 차문 손잡이는 내가 버튼을 눌러야 외부로 노출되는 방식이라 그의 노력은 헛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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