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올림픽 시상대에서 가슴의 일장기를 가렸단 이유로 일제에 의해 더는 마라톤을 못 하게 된 손기정은 훗날 코치가 된 베를린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남승룡(1912~2001)과 함께 서윤복을 길러냈다. 아픈 어머니를 위해 냉면 배달로 ‘재능을 낭비하던’ 극 중 서윤복(임시완)이 남승룡(배성우)·손기정(하정우) 코치에 의해 마라톤 선수로 각성하는 과정은 다소 낯익은 설정이다. 지난 12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강 감독은 '처음부터 중요했던 장면이, 어린 시절 서낭당에서 밥을 훔쳐 먹으려고 수없이 달린 무악재 고개가 보스톤에서 1·2등을 추월한 하트 브레이크 언덕과 어떻게 만나는가였다'며 '광복 이후 최초로 태극기를 달고 달린 뿌듯함 만큼 한 인간이 소중한 꿈을 이루는 도전에 무게를 실었다'고 소개했다.
1947년 4월 19일, 보스톤 마라톤에서 단신의 조선 청년이 우승했다. 승부처는 코스 막판 ‘하트 브레이크 언덕’으로 불리는 뉴턴힐이었다. 청년은 오르막길에서 치고 나갔다. 뛰어든 개를 피하다 넘어졌지만, 일어나 다시 달렸다. 2시간 25분 39초.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코리아’에서 온 서윤복이었다.
세 사람 이야기인 영화 ‘1947 보스톤’이 추석 극장가를 찾는다. 강제규 감독이 연출했다. 남북한 분단 역사를 소재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쉬리’를 탄생시켰고, 형제를 갈라놓은 민족상잔의 비극을 대규모 전투 액션에 담은 ‘태극기 휘날리며’로는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1947 보스톤’으로 국가의 운명에 휘말린 개인의 초상이란 주제를 잇는다.미 군정 상황으로 인해 성조기를 달고 달릴 뻔한 주인공이 태극마크를 되찾고 보스톤 마라톤에서 역전 우승하는 과정이 도드라진다. 아픈 어머니를 위해 냉면 배달로 ‘재능을 낭비하던’ 극 중 서윤복이 남승룡·손기정 코치에 의해 마라톤 선수로 각성하는 과정은 다소 낯익은 설정이다. 강 감독은 “흙수저 청년의 인간 승리와 역사적 마라톤 우승 장면을 연결하는 게 이번 영화의 동기였다”고 했다.
배우 하정우가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이자 차세대 선수 서윤복을 길러낸 코치 손기정 선수를 연기했다. 실제 촬영 과정에선 마라토너 권은주 선수가 마라톤 현장 지도를 맡았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손기정은 ‘내가 국가’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서윤복만 해도 나라 없는 시절을 손기정만큼 뼈저리게 느끼지 않은 세대예요.” 요즘 관객까지 포함해, 국가와 나의 관계에 대한 시대별 차이를 가늠해볼 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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