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생에 독립운동을 했던 우리 할아버지가, 내가 대학시절 등록금 인하 시위에 참가한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했던 말씀은 '맨 앞에 있지 마라'였다. 무척이나 평화적이고, 위협적이라고 보일 구석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시위지만 본인의 기억에서 앞서나간다는 것은, 맨 앞이라는 것은 용감함 보다는 무모함, 제도를 ...
무척이나 평화적이고, 위협적이라고 보일 구석이 눈곱만큼도 없었던 시위지만 본인의 기억에서 앞서나간다는 것은, 맨 앞이라는 것은 용감함 보다는 무모함, 제도를 반대하는 집단의 우두머리, 핍박 받기 좋은 조건을 갖춘 존재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드라마 에서 보라가 선두에 서 시위를 마치고 최루탄 냄새를 풍기며 집에 들어왔을 때, 보라 아버지는 가족들 앞에서 역정을 냈지만 뒤에서는 보라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옳은 일이라는 것은 알지만, 거기 뒤따라오는 결과의 무게를 내 자식이 짊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의미의 분노였을 것이다.토요일 탄핵 집회에서 답답한 마음을 누르지 못해 '조금만 더 앞으로 가보자, 조금만 더' 하고 걷다 보니 어느새 국회 정문 맨 앞이었다. 아니 그 유명한 1열까지 내가 왔다고? 혼자서 생각하던 찰나 '맨 앞에 있지 마라' 하던 할아버지의 말이 떠올랐지만, 나는 그때 알 수 있었다. 굳이 앞서야겠다 생각하지 않더라도, 절박함이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냈다는 것을.
긴급계엄 선포 당시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 없이 몸이 먼저 나섰던 시민들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막막함을 느낄 새 없이 온몸을 사리지 않고 뛰쳐나갔을 것이다. 평범한 일상을 위해, 나아가서는 나라를 위해 다시 한번 같은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져 막아냈을 것이다. 가족, 이웃, 친구, 지극히 평범한 우리는 지금 모두 선두에 서있다. 맨 앞에 선다는 것은 부조리에 대한 분노와 반격, 모든 고초를 딛고 오로지 희망을 위해 앞으로 나아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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