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데이트, 낯선 응원봉과 일상의 짜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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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데이트, 낯선 응원봉과 일상의 짜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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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열린 '탄핵 데이트'에 MZ세대가 몰렸다. 형형색색 응원봉과 잔잔한 일상이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내가 처음 산 응원봉 은 빅뱅 공식 야광봉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팬클럽에 가입한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상식이나 음악방송에 앉아 노란 빛의 왕관 모양 봉을 흔들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사실 본래 K-POP 팬클럽 문화는 정치 못지 않게 예민한 것이었다. 팬덤끼리 응원봉 색깔이 겹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합동 콘서트가 있는 날에는 시합이라도 붙은 듯이 각자 나눠진 구역에서 최선을 다해 봉을 흔들며 자기 가수를 응원했다. 혹여나 자리를 잘못 앉아 수많은 노란색 빛깔 사이에 다른 색깔 응원봉 이 섞이기라도 하면 그 모습이 꽤나 이질적이었다. 그래서일까. 국회의사당 역 앞, 엄숙해 보이던 국회 건물 앞에 형형색색 응원봉 이 규칙 없이 마구 섞여 흔들리고 있는 것은 MZ세대 인 내게도 생소한 광경이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탄핵 투표가 가결된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12월 7일, 원래라면 난 남자친구와 고속터미널에서 트리 장식을 사고 있었을 터였다. 많은 이들이 그랬듯 우리는 계획을 바꿔 국회의사당 역으로 향했다. 이른바 '탄핵 데이트'랄까. 사실 탄핵이나 집회 뒤에 '데이트'를 붙이는 것이 맞나 싶다. 살다살다 별 추억을 다 쌓는다 싶다. 하지만 커플이라고 매일 맛있는 밥만 먹고 산책을 다니는 것만이 데이트겠는가. 우리는 어떤 언론의 가공도 거치지 않은 현장을 그대로 눈에 담았다. 이 가운데서 끊임없이 서로 질문과 답변을 나누는 것, 그것만큼 영양가 있는 데이트가 어디 있을까. 이날도 목적은 집회 참여였지만 마음이 그리 비장하지는 않았다. 나의 경우 그저 2016년 촛불집회 때 먹었던 붕어빵이 생각나서, 남자친구는 처음 집회에 참여였지만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을 뿐이다. 역시나 TV에서 보던 다양한 빛깔의 응원봉이 온 길거리를 도배하고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점이 보인다. 그들은 한 손에는 응원봉을 들고 있었지만, 동시에 한 손에는 각자의 일상을 여전히 살고 있었다.집회라기 보다는 거의 축제에 가까웠다. 그날 남자친구와 찍은 '집회 먹방' 샷들. 한편, 우리가 탄핵데이트를 하는 걸 아셨는지, 카페 직원분은 '오늘도 힘내시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주셨다. 남자친구와 함께 재밌어했던 부분 중 하나다.남자친구는 이날 특히 민주노총 깃발을 들고 추워서 코를 닦으며 뛰어가는 아저씨들을 빤히 바라보곤 했다. 언론에서 늘 과격하게 다뤄지는 탓에,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으로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동네 이웃 주민 같은 모습에 생각이 많아졌다고 했다. 윤석열은 기어코 언론에서 비추던 과격한 집단의 뒷면에 얼마나 잔잔한 일상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많은지 청년들의 눈으로 직접 보게 했다. 이외에도 엄청나게 많은 가짓수의 깃발들이 눈에 띄었다. '논문 쓰다가 뛰쳐나온 사람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붕어빵 꼬리부터 먹기 운동 본부' 등 조직화된 단체가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정체성을 당당히 드러낸다. 어떤 사소한 이유라도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자신을 한 마디로 규명할 수 있다. 소시민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아무말 깃발'이야말로 이번 집회의 독특한 개성 중 하나다. 내가 본 것 중 가장 인상 깊은 깃발은 '논문 쓰다 뛰쳐나온 사람들'이었다. 이 한줄의 문구 만으로 많은 사람들의 탄식을 자아냈다. 심지어 밑에 각주인'1) 여기서 '논문 쓰다가 뛰쳐나온 사람들'은 불의를 못 참고 뛰쳐나온 연구자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라는 문구는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의 정수였다.온라인도 마찬가지다. MZ세대는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 정치적 메시지를 표방하는 데에도 어느 정도 자신의 소득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우리는 국민의 투표권을 대리하였음에도 표결 불참한 의원들에게 '정당 이념은 완전히 죽었다'며 근조화환 물량공세를 펼쳤다. 백일장이라도 하듯 띠마다 참신한 문구가 새겨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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