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인도자,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시인을 애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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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독서만세 226] 독자들 한국 시로 이끈 책

수없이 많은 깨달음 가운데 한 가지, 모두에게 옳은 책은 없다. 걸작은 반드시 통한다는 어릴 적의 믿음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수없이 겪었다. 내게는 졸작조차 누군가에게는 인생책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내게는 졸작에 그치는 어느 책으로부터 누구는 땅을 짚고 일어설 용기를, 오만을 경계하는 배움을, 해묵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누가 있어 그를 거짓이라 할 수 있을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하고 울부짖던 생생한 목소리를 떠올린다. 형편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그의 시 '가난한 사랑 노래'가 울려온 지 수십 년이다. 시인 신경림 선생이 22일 오전 별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신경림은 그러나 시인으로만 남지는 않았다. 그는 한 명의 친절한 인도자로서 시의 이로움을 알지 못하는 이들과 기억돼 마땅한 한국의 훌륭한 시인들을 연결해 왔다. 그의 역작 를 통해서다. 1998년 출간된 이 책은 한국의 시인 수십 명의 발자취와 그들이 남긴 작품을 찾아 살핀 결과물이다. 1995년부터 3년 간 답사하고 연구한 결과물을 공들여 묶은 한 권 책으로 펴냈다. 집필 당시 작고한 시인들의 묶음으로 첫 권을 펴냈고, 책이 거둔 성과에 힘입어 활동 중인 시인을 묶어 두 번째 권을 내놓았다.

책은 지난 시대의 시와 신경림의 만남이라 해도 좋다. 여느 시 해설서와 이 책의 차이라면 저자가 수년 동안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시와 얽힌 장소들을 찾아 얻은 감상의 기록이란 점에 있을 테다. 때로는 시인의 생가이고, 때로는 시인이 자주 거닌 장소이며, 또 때로는 시와 제가 얽힌 사연들이 우수수 쏟아진다.신동엽의 '종로오가' 속 서울 도심으로부터 박인환의 고향인 강원도 인제까지를, 백석의 을 구해 읽은 청계천 일대 고서점과 김수영의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읽던 시절의 한적한 거리를 독자는 신경림과 함께 거니는 기회를 얻는다."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는 백석의 시를 읽으며 힘든 계절을 견뎌낸 시인의 한 때를 생각한다. 그와 같은 글을 읽으며 간신히 버텨냈던 나의 어느 계절 또한 떠올린다.

개중 마음 깊이 들어온 시가 있다. 개중 마음 밖으로 밀려난 시인도 있다. 신석정 시인의 '산산산'과 신동문 시인의 '내 勞動으로'는 때로 때때로 꺼내어 읽는 시가 되었다. 신경림의 작업이, 이 책이 아니었다면 결코 없었을 일이다. 나는 그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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