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찾아도 만족스러운 활터를 찾지 못하는 남 배우자와 간신히 찾은 활터 이야기입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안착했다. 활터 이야기다. 지난겨울에 치앙라이 에서 지낼 때 활터로 쓸 만한 후보지들을 찾아 많이 돌아다녔다. 구글 지도에 빈 터일 것 같은 곳이 있으면 가서 살폈다. 그렇게 해서 알아둔 게 대여섯 군데나 됐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치앙라이 로 와서 살펴봤더니 다 적당하지 않았다. 1순위, 2순위 다 물 건너가고 강변에 있던 운동장은 지난 번 치앙라이 홍수 때 물난리를 겪었는지 온통 개흙 투성이였다. 한 자 높이나 되게 쌓인 개흙이 건기에 들자 햇빛에 말라 거북등짝처럼 쩍쩍 갈라져 있었고 더구나 풀이 수북한 곳도 있었다. 내심 그곳을 제 1순위로 꼽고 있던 남편은 낙담했다. 2순위로 꼽았던 빈 터는 택지로 개발이 되어 있었다. 그 외 다른 곳들도 다시 살펴보니 활터로 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여럿 보였다. 그래서 새로운 곳을 또 찾아다닌 끝에 숙소 인근의 들판을 후보지로 낙점 찍었다.
그곳은 숙소에서 걸어서 5분도 안 되는 곳이라 오가기가 편하다는 점에 더해 들판이 아주 넓어서 활을 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자리였다. 사람이나 동물이 근처에 있으면 다칠 수 있으니 활터는 주로 외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그 들판은 그런 점에서는 아주 적격이었다. 그곳을 둘러보고 마음이 흡족한 남편이 내게 그랬다. 빈 들판을 활터로 '자를 들고 가서 길이를 재 봐야겠어. 과녁 세울 위치를 알아 둬야지.' 줄자는 지난겨울에 치앙라이 마켓에서 사둔 터였다. 그때 줄자를 사기 위해 여러 군데 가게를 갔었다. 철물점에 가서 물어보니 적당한 게 없었다. 편의점에도 줄자는 없었다. 다행히 온갖 것을 다 파는 잡화점에서 줄자를 구할 수 있었다. 최대 길이가 30m인 줄자였다. 그 줄자를 볼 때마다 나는 쓸데없는 걸 돈 주고 샀다고 속으로 궁시렁댔다. 남편에게는 그만큼 활과 활을 쏠 수 있는 활터가 중요했지만 활을 쏘지 않는 나는 그 모든 노력들이 좀 못마땅했다. 뭐 하려고 그렇게 애를 쓴단 말인가. 여기서 잘 지내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활을 쏘면 될 텐데, 뭐 하러 이렇게 고생을 한단 말인가. 활터로 쓸 자리를 찾느라 날마다 돌아다니는 남편을 보며 속으로 혀를 찼다. 치앙라이에서 생활하는데 줄자는 아무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그걸 어디에 써먹을 수 있단 말인가. 쓸모도 없는 줄자를 방 한 쪽에 둔 채로 내내 지냈다.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자 줄자가 거추장스러웠다. 저 놈의 것을 버려야 하나, 어째야 하나. 버리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그걸 들고 한국으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내게는 애물단지 같았던 줄자였지만 남편에게는 소용 닿는 물건이었다. 다음에 치앙라이에 올 때 쓸 요량으로 숙소에 맡겨두고 왔다. 사대에서 과녁까지 145m 그렇게 맡긴 줄자를 챙겨들고 들판으로 갔다. 활을 쏘는 사대(射臺)에서 과녁까지 거리는 145m다. 줄자의 길이는 30m 밖에 되지 않았다. 30m 가서 점을 찍고 그곳에서 또 30m, 이런 식으로 5번을 해서 총 150m에서 조금 못 미치는 지점에 막대를 꽂았다. 이 자리에 과녁을 세우면 된다. 벼를 베어낸 빈 들판이다. 비어있는 논이 활터가 되고, 화살은 논바닥에 떨어질 것이다. 한국 국궁장은 과녁 근처를 말끔하게 정리해 두어서 떨어진 화살이 눈에 잘 띄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태국은 벼를 바싹 베지 않고 그루터기를 길게 남겨두고 벤다. 그러니 화살이 논바닥에 떨어지면 그루터기에 가려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힘들 것이다. 과연 활을 쏠 수 있으려나. 화살을 잃지 않고 건사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걱정은 나중에 해도 된다. 지금 당장은 활을 쏠 자리가 있다는 그 점이 좋은지 남편은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 145m 거리에 꽂아놓은 나무 막대를 과녁인양 눈으로 조준하고 또 조준했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태국에서 활터 찾아 칠전팔기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안착했다. 활터 이야기다. 지난겨울에 치앙라이에서 지낼 때 활터로 쓸 만한 후보지들을 찾아 많이 돌아다녔다. 구글 지도에 빈 터일 것 같은 곳이 있으면 가서 살폈다. 그렇게 해서 알아둔 게 대여섯 군데나 됐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치앙라이로 와서 살펴봤더니 다 적당하지 않았다. 1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흙담집 대문에서 온 희소식홍세표에게 무료 수술을 약속한 남궁외과 병원장의 편지로 인해 희망을 얻은 젊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태국에서 활터 찾아 칠전팔기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안착했다. 활터 이야기다. 지난겨울에 치앙라이에서 지낼 때 활터로 쓸 만한 후보지들을 찾아 많이 돌아다녔다. 구글 지도에 빈 터일 것 같은 곳이 있으면 가서 살폈다. 그렇게 해서 알아둔 게 대여섯 군데나 됐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치앙라이로 와서 살펴봤더니 다 적당하지 않았다. 1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꼰대' '폐쇄적'이라는 활터, 제 생각은 다릅니다정말 유난히도 더웠던 해였다. 언제쯤 물러가나 싶었던 더위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이제 활터(국궁장)에도 쌀쌀한 기운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계절이 바뀌니 활 역시 귀신 같이 그 물성이 바뀌기 시작했다. 현대식 카본 활의 경우 계절 상관없이 늘 일정한 장력을 유지한다. 그러나 내가 쓰는 전통 각궁의 경우 참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추석연휴 응급대란 없었지만…임신부 등 아슬아슬 '병원 뺑뺑이'(전국종합=연합뉴스) 추석 연휴에 전국에서 임신부나 자상을 입은 몇몇 응급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몇 시간씩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간신히...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패션·탈모 예방·자외선 차단···이렇게 좋은 양산, 남성도 씁시다가수 비는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무리 달려봐도 태양은 계속 내 위에 있”다며 끝내 ‘태양을 피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지만 직장인 김혁준씨(45)는 양산에서 그 해답을 찾았...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