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희 | 자영업자 결혼으로 일을 잠깐 쉴 때였다. 남편이 우리 둘 중 한명은 돈을 벌고 한명은 사회에 봉사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자기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내게는 시민 활동을 권했다. 나도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곧 아이가 생겼고
결혼으로 일을 잠깐 쉴 때였다. 남편이 우리 둘 중 한명은 돈을 벌고 한명은 사회에 봉사하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면 좋겠다고 했다. 남편은 자기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내게는 시민 활동을 권했다. 나도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곧 아이가 생겼고 시어머니의 항암 치료가 시작됐다. 신혼은 없었다. 시댁 일에 바빴고 육아에 지쳤다. 어린 새댁은 어느새 가사노동에 치이는 여느 평범한 가정주부가 되었다.주부의 삶은 바쁘다. 세수도 못 한 채 아침을 차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다. 청소와 빨래,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다 보면 아이들이 귀가한다. 간식을 먹이고, 학원을 데려다주고 마트에 가서 장을 봐 오면 어느새 저녁이다. 잠자기 전 아이들 숙제를 봐주고 재우면 하루가 간다. ‘나’는 없고 ‘엄마’만 있다.
세월은 빠르다. 아이들은 자랐고 내 나이도 40대 중반이 되었을 때쯤 이제 내 삶, 내 일을 시작하고 싶었다. 4대 보험을 보장받는 정규직이 되고 싶었고 내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변변한 자격증도 없는 ‘경력 단절 여성’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중년이 되어 얻은 것은 여기저기 아픈 곳과 늘어난 체중뿐이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친구와 함께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운동을 시작하니 살이 빠지고 체력이 좋아졌다. 운동을 싫어하는 나도 운동센터에 가게 되면 땀 나게 운동할 수 있었다. 내가 하는 운동을 딸에게 권유할 요량으로 다니던 센터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운동에 관한 성공 사례들을 읽다가 ‘창업 교육’ 강의를 신청했다. 남편은 서울 강남에 있는 운동센터 본사 교육 장소까지 흔쾌히 나를 데려다주었다. 내가 신청한 것은 창업 컨설팅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 ‘건강한 일터’를 실현하는 운동센터를 운영할 결심이었다. ‘엄마’와 ‘주부’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을 하겠다는 바람이 현실이 되었다.
처음 포부는 엄청났다. 남편에게 내 목표를 말했다. 우선 나는 건강한 일자리를 원한다. 그리고 우리 운동센터의 여성 직원에게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이다. 납세의 의무를 잘 지키고 4대 보험을 보장해주는 자영업자가 되고 싶다고 말이다. 운동센터를 운영한 지도 벌써 9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하루하루 회원 한분 한분 최선을 다해 운동 지도를 하고 센터를 관리했다. 운동 지도자로서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따며 열심히 살았다. 조금씩 성장하던 센터에서 처음 정규직으로 일했던 두명의 직원 중 한명은 다른 센터를 운영하게 되었고 다른 한명은 요가 강사라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났다.
운동센터 창업은 내게 대출받아 얻은 절실한 일자리였다. 소중한 만큼 최선을 다해 일했다. 그러나 2020년 닥쳐온 코로나 팬데믹은 초보 자영업자의 열정을 순식간에 짓밟았다. 코로나 방역 수칙으로 회원 수와 매출은 절반이 되었다. 연휴가 많아, 불경기라, 날씨가 추워… 이런저런 이유로 경기는 롤러코스터인데 나갈 돈은 줄기는커녕 매달 늘어만 난다. 이러니 숫자에는 젬병인 내가 매일 계산기를 두드려본다. 이번달도 임대료, 관리비, 인건비 등을 내면 적자다. 경기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임금을 계산할 때마다 마음이 괴롭다. 함께 일하는 코치들의 노동시간이 줄면서 임금도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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