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운수업’…운 따라 수입이 달라지죠 [6411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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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는 ‘운수업’…운 따라 수입이 달라지죠 [6411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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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국 | 택시운전사 2005년 12년간의 외항선 항해사를 마치고 경기도 수원에서 자영업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외국으로 떠돌던 삶을 정리하고 드디어 땅에 발붙이고 정착해보고 싶었던 꿈은 실패로 돌아갔고, 나쁜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퇴근길 지하철에 뛰어들

2005년 12년간의 외항선 항해사를 마치고 경기도 수원에서 자영업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외국으로 떠돌던 삶을 정리하고 드디어 땅에 발붙이고 정착해보고 싶었던 꿈은 실패로 돌아갔고, 나쁜 마음까지 먹게 되었다. 퇴근길 지하철에 뛰어들었지만, 그마저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나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한쪽 발을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병원의 진단은 이상하게 내 삶의 의지를 다시 살려냈다. 이후 2년 가까이 재활치료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마치고 대구로 내려와 정착했다.치료했다곤 하나, 그래도 조금은 불편한 몸에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택시기사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았다. 젊은 시절부터 해왔던 운전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나만 열심히 하면 먹고살 수는 있겠지. 그렇게 앞뒤 없이 뛰어들었고, 처음에는 뭣도 모르고 하루에 많게는 18시간까지 운행했다. 자는 시간 빼고 운전한 셈이다.

대부분의 택시운전기사들은 고질병 하나씩은 안고 있다. 장시간 폐쇄된 공간에 앉아서 일하다 보니 기관지나 폐 질환은 물론 불규칙한 근무 시간과 식사 시간, 부족한 휴식과 수면, 비정기적인 휴무와 만성 운동 부족은 건강의 질을 나쁘게 하는 조건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속으로 쌓인 피로는 과로사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도 몇번이나 동료가 과로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몇해 전, 대구공항에서 승객을 기다리며 이야기하던 동료가 택시에 타 승객을 태우고도 출발을 하지 않아 운전석 문을 열었더니, 그가 내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렇게 그 동료는 생을 마감했다.그뿐만 아니라 늘 사고의 위험을 안고 달리는 만큼 긴장도가 높고 매번 승객을 상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의 강도도 만만치 않다. 3년 전이었다. 야간에 만취 승객을 태운 적이 있는데, 운행 도중 구토를 하는 바람에 그날 영업은 그대로 접어야 했고, 이후 실내 세차를 하고 냄새가 빠지기까지 이틀을 영업을 못 하고 쉬어야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최근 그 ‘운’에 플랫폼 호출이 하나 더 추가됐다. 호출 플랫폼 덕분에 콜도 많아지고 승객을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서 편하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그것은 기사 입장에서 보면 하나도 맞는 말이 아니다. 호출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기사들은 콜 하나라도 더 받기 위해 여러 플랫폼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승객이 적건 많건 플랫폼 사용 수수료를 내야 하고, 거기다 카드 수수료까지 제하면 손에 쥐는 건, 수입의 70~80%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승객들의 평점에 따라 우선 배차 순위가 결정되다 보니, 모든 승객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때로는 호출 취소를 막기 위해 과속과 신호위반을 불사할 때도 있고, 자칫 평점 별 5개를 받지 못할까 작은 불편에도 읍소하며. 그야말로 ‘을’ 중의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손님도 줄고 있고, 한푼이라도 더 벌려면 정말 잠만 자고 운전해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택시를 천직으로 여기고 오늘도 열심히 운전대를 잡고 도로를 달린다. 택시 덕분에 그래도 먹고살았고, 일할 수 있다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효능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통안전과 관련해 문제가 있거나 시민 불편사항이 있으면 늘 앞장서서 신고하고, 자칫 사고라도 목격하면 빠른 처리를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덕분에 표창도 여러번 받았다. 다만, 세상에 밥 먹고 사는 일이 다 중요한 만큼 많은 사람이 택시운전기사의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해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대구의 택시운전사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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