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이해] '창문'이기도 하고 '관심'이기도
몇 년 전 '책표지의 속사정'이라는 시리즈 글을 쓴 적 있다. 한눈에 봐도 내용이 연상되는 책 표지가 있는가 하면, 유추하기 어렵거나 뭔가 더 궁금해지는 책 표지가 있었다. 그런 경우엔 편집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묻곤 했다. 그때마다 묻지 않았으면 서운할 법한 이야기가 많았다. '박준 시인이 산문 초고를 보내와 읽었을 때 제목이 바로 나왔고, 이 그림이 바로 떠올랐다'는 것, '그림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 박준 시인의 시집과 제 시집을 세 권 보내달라고 해서, 보답의 마음으로 그의 그림을 구입해 소장하고 있다는 것', '눈코입이 없는 게 아니라 눈물로 지워져 가려졌을 만큼 삶이란 건 설명할 수 없는 슬픔' 등등.2022년 5월 연세대 한 재학생이 청소노동자들의 집회 소음이 수업권을 침해한다며 청소 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한 일이 알려졌다.
"제가 듣기로 디자이너의 의도는, 막혀 있다가 터져 나오는 말들을 연상했다고 해요. 편집자인 제가 생각할 때는 '공정'이나 '잣대' 하면 왠지 딱딱하고 잘 재단된 반듯한 심상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이 책은 새로운 공정 '감각'을 제안한다는 면에서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표지 이미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박연준 시인은 책 에서 말한 바 있다. '유머와 메타포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은 분명 매력적'이라고, '잘만 사용한다면 메타포는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다'면서. 그분은 알까. '제목은 집의 창문 같다'는 말로 단번에 나를 사로잡은 것을. 시인은 또 이렇게 덧붙였다. 별명을 지어주는 일을 그저 말놀이가 아닌 '독점권'을 갖는 거라고 쓰다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된 그'만큼이나 근사한 표현이었다. 돌아보니 그동안 나도 썼다. '제목은 안테나'라고. 독자에게 수신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것이기에. 또 '제목은 소통'이라고. 잘 뽑은 제목은 글쓴이와 독자 모두에게 공감을 사기 때문에. 여기에 별명을 하나 더 추가하고 싶다. '제목은 쇼윈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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