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디에나 있다, ‘나의 자리’에서 숨 쉬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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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거제도의 한 오락실 앞. 펌프 위에서 두명의 남고생이 기량을 뽐내고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가 끝나자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거제 촌놈들, 뭐 귀신이라도 봤나. 부산서 이 정도는…(일도 아이지).” 거들먹거리며 스코어를 확인한 도시 청년들은 그

1999년 거제도의 한 오락실 앞. 펌프 위에서 두명의 남고생이 기량을 뽐내고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가 끝나자 구경하고 있던 아이들이 박수를 친다. “거제 촌놈들, 뭐 귀신이라도 봤나. 부산서 이 정도는….” 거들먹거리며 스코어를 확인한 도시 청년들은 그러나 당황한다. 순위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어리둥절해하는 그들 앞에 최고 기록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거제상고 일짱 필선과 절친 미나다.

펌프 위로 올라간 두 사람은 기계에 동전을 넣고 노래를 고른다. 쿵쿵 울려 퍼지는 ‘하여가’. 문화의 시대를 상징하는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명곡에 맞춰 필선과 미나가 리듬을 타기 시작하고 카메라가 그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잡아낸다. 이 오프닝 시퀀스는 1990년대를 향수로 품고 있는 이들의 심장을 울렸던 ‘퍼스트 슬램덩크’의 오프닝만큼이나 인상적이다. 가볍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한 한 필선이 말한다. “미나야, 내는 거제가 좁다.” 그렇게 이 청춘들이 기어이 거제를 ‘좁지 않은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특별한 응원의 이야기가 경쾌하게 출발한다.필선과 미나에겐 춤이 전부다. 꿈은 서울로 가 엄정화, 백지영처럼 시대를 주름잡는 스타들의 백댄서가 되는 것. 하지만 서울행은커녕 거제에서 춤추는 것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함께 활동하던 힙합 댄스 동아리가 해산됐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동아리 방을 얻을 수 있을까 고심하던 두 사람 앞에 천재일우가 찾아온다.

관객이 이들의 이름 하나하나에 웃음을 짓게 되는 건 영화가 필선과 미나뿐 아니라 조연인 이들 중 누구 하나 시시한 사이드킥으로 소비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늘 “축구 잘하는 동현이 동생 세현이”로 불리는 세현에게 ‘응원단 리더 세현’이라는 이름을 찾아주려는 밀레니엄 걸즈의 노력은 이미 영화가 내장하고 있는 소녀들의 삶에 대한 각별한 시선이기도 하다. 이렇듯 다양한 인간들이 모인 만큼 바람 잘 날 없지만, 서로 합을 맞추고 몸을 단련하는 훈련의 시간이 흐르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쌓이면서 밀레니엄 걸즈는 더 단단하게 뭉친다.‘빅토리’는 동아리를 배경으로 하는 청춘영화의 장르 공식을 충실히 따르는 웰메이드 상업영화다. 1990년대 가요를 깔고 노스탤지어를 그 상품성으로 내세우는 여고생들의 성장담이라니, 우리에게는 이미 성공적인 선례가 있다. 2011년에 개봉해서 745만이라는 만만치 않은 흥행 기록을 남긴 ‘써니’다.

‘빅토리’가 달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영화는 여성들의 자리를 1999년이라는 역사적 맥락과 그 시대를 살아낸 지역 공동체 안에서 찾는다. “독재 타도”를 외치는 민주화운동의 한가운데에서 시대와 괴리된 채 패싸움에 몰두하는 7공주를 그린 저 유명한 슬로모션 신에서의 ‘써니’와 달리, ‘밀레니엄 걸즈’는 시장, 병원, 회사 야유회, 그리고 거제 조선소의 노동자 투쟁 현장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응원하고 그들과 동시대를 숨 쉰다. 이때 카메라는 부감으로 이들의 응원을 포착함으로써 그들이 놓여 있는 장소성과 시간성을 살린다.영화의 메시지처럼 우리에겐 응원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 역할이 오로지 여성에게만 떠맡겨져왔다는 점일 테다. ‘빅토리’는 여성에게 할당되었던 돌보는 일, 응원하는 일의 가치에 주목한다. 물론 그 안에서도 여성들은 다른 일을 꿈꿨고, 시도했고, 그리고 해냈다는 사실 역시 똑똑히 말한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와 함께 보시길 권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11인의 구술을 기록한 책 ‘조선소, 이 사나운 곳에서도’와 조선소에서 일하는 윤화의 삶을 다룬 영화 ‘울산의 별’이다. 그리고 배를 만들었던 노동자 김진숙의 에세이 ‘소금꽃 나무’도 함께 읽어보시기를. 참으로 여자들은 어디에나 있다.‘손상된 행성에서 더 나은 파국을 상상하기’ 저자. 개봉 영화 비평을 격주로 씁니다. 영화는 엔딩 자막이 올라가고 관객들이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다시 시작됩니다. 관객들의 마음에서, 대화에서, 그리고 글을 통해서. 영화담은 그 시간들과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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