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를 처음 여러분 앞에서 했다. 평생 오늘을 잊지 못할 것이다.” 📝임지영 기자
“안녕하세요.” 몇 걸음 떼기도 전에 아이들이 또다시 인사를 했다. 제주 신성여자중학교 학생들이었다. 교문에서 정문까지 수차례 인사를 받는 ‘외부인’ 중에 머리가 희끗한 70대 어르신도 있었다. 3월24일,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로 학교를 찾은 참이었다. 제주도는 4·3의 진실을 알리고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해 ‘4·3평화·인권교육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수업은 그 일환이다. 4·3을 겪은 이들이 학생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명예교사 7명이 수업을 앞두고 긴장했다. 경험 있는 이들이 수업 노하우를 나눴다. 관건은 ‘시간 엄수’다. 일찍 시작해서도, 무엇보다 늦게 끝나서도 안 된다. 그래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양성홍씨는 다른 학교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내 가족 이야기를 한참 들려줬더니 한 학생이 물었다. 4·3이 왜 일어났습니까? 그것부터 이야기를 해줘야 하겠더라고.
“그 아기가 접니다”라고 말하는 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26세인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고 얼마 안 되어 무기형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 누나와 함께 석방되었다. 아버지는 배를 타고 목포로 가 열차를 갈아탄 뒤 마포형무소에 수감된 뒤 무기수 생할을 했다. 끝이 아니었다. 수감 생활 중 인민군이 들이닥쳤다. 한국전쟁이었다. 이들은 조국 통일을 위해 싸워야 한다면서 군복을 입혔다. 북한군이 된 것이다. 전선에서 싸우며 낙동강까지 내려왔는데 보급이 끊겼다. 지리산으로 도망쳐 땅굴 생활을 하다가 귀순하라는 삐라를 보고 자수하기로 결심한다. 두 번째 귀순이었다. 머슴살이를 하다 훗날 국군을 모집한다는 말에 육군에 입대해 3년 만에 제대했다. 제주도 출신 청년이 무기수가 되어 서울에 갔다가 하루아침에 인민군이, 그다음엔 국군이 된 사연이다. “이런 얘기를 처음 여러분 앞에서 했다” 아버지는 제대한 뒤에도 한참 동안 제주에 오지 못했다. 강상옥씨는 7세 즈음 아버지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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