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천 원짜리 연유 라테, 결국 못 마셨네요 커피 아껴야_산다 중도금 테라스 변은섭 기자
1인 가구 16년 차인 나는 쭉 오피스텔에서 살았다. 세상 물정 모르고 집을 구하러 다니던 16년 전, 현관에서 방 끝까지 앞구르기 2번이면 끝날 것 같은 오피스텔 전셋값이 2억 원이라는 말에 녹록지 않은 세상임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서울 중심가에서는 조금 멀지만 혼자 살아도 숨통은 트일 만한 크기의 오피스텔을 구해 독립생활을 시작했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테라스 있는 집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씀씀이를 줄이는 일뿐이다. 방에 훈풍이 돈다 싶으면 부리나케 달려가 재빠른 손놀림으로 보일러를 끈다. 꼬리가 길어서 방에 불을 안 끄고 다닌다는 엄마의 잔소리에도 40년간 고치지 못했던 나의 습관은 조만간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한 줄 기사에 절로 고쳐졌다. '고작 3천 원짜리' 취급받던 커피가 '아직 3천 원이라' 다행이었다. 그래도 매일은 안 된다. 커피로 수혈이 절실한 날에만 3천 원짜리 라테가 허용되었다. 가끔씩 한 달 고생해서 '몇 천 원짜리 커피도 못 먹어야 돼?!'라며 급발진하는 날에는 전처럼 커피를 마셨지만, 확실히 예전과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그날도 나는 달달한 연유라테가 매우 절실했다. 일이 토네이도처럼 휘몰아친 오전을 정신없이 보내고, 구내식당에서 꾸역꾸역 점심을 때운 후여서 나도 동료들도 달달하고 시원한 연유라테가 몹시도 필요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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