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종묘 논쟁 개입과 거친 언행을 비판하며, 장관의 자질과 역할을 되짚어보는 기사입니다. 전문성 부족, 중립 의무 위반, 거친 언행 등을 지적하며, 적절한 장관 모델을 제시합니다.
말을 그렇게 거칠게 하나 요사이 관심을 갖게 된 인물이 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그가 보여주는 '의외성'에 끌리고 말았다. 예기치 않은 인물이 엉뚱하게 치고 나올 때 느끼는 당혹감 같은 것이다. 최 장관은 '종묘 논쟁'의 대립 구도를 '진보 정권 vs 서울시'로 짜는 데 김민석 국무총리와 함께 톡톡히 역할을 했다. 나는 문화부 장관이 논쟁 전면에 나선 데 의아함을, 그가 문화재 전문가처럼 말하는 데 위화감을, 전투적 언어 선택에는 불편함을 느낀다.
11월 7일 종묘 정전 앞에 선 최 장관은 격앙된 표정으로 원고를 읽었다."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랍니까?""권한을 조금 갖게 됐다고 해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겠다는 서울시의 발상""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우리 마음가짐이 겨우, 고작 이것밖에 안 됩니까?""이것이 바로 1960~1970년대식 마구잡이 난개발 행정 아닙니까""문화강국의 자부심이 무너지는 이러한 계획은 반드시 막아야""장관으로서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등등. 부처 장관이 공기관을 상대로 이렇게 적대 감정을 표출한 기억이 없다. 왜 저렇게 흥분했을까 궁금해 이력을 들춰 봤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최 장관은 통신과 방송 기자로 10년간 일한 뒤 정보통신업계로 옮겼다. NHN에서 대표이사 사장까지 지내고 그 후론 여행·공연 플랫폼 기업 경영자로 일했다. 대통령실은 그를 장관에 지명하면서 '정보기술·플랫폼 전문 경영인'이라 소개했다. 한국기원 상임이사를 지낸 것으로 보아 바둑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문화재 관련 활동은 안 보인다. 그런 그가 종묘 앞 고층 개발에 분노하는 장면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남자를 떠올리게 했다. 그는 관료 경험도, 문화예술계 경험도 없다. 7월 31일 취임했는데 문화부 현황 파악은 끝났는지 모르겠다. 문화부 장관직을 '문화재 지킴이'로 이해했다면 뭘 잘못 안 것이다. 내가 보는 최 장관의 문제는 이렇다. 첫째, 최 장관에겐 종묘 주변 건물 높이에 대해 말할 권위가 없다. 문화유산 전문가인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비슷한 말을 했다면 나는 그러려니 할 것이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주전공 문제에 뚜렷한 견해를 갖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최 장관이 종묘를 꽤 잘 알 수도 있다. 그런 아마추어는 많다. 보통 사람은 '틀려도 그만'인 의견을 마구 말해도 되지만 장관은 곤란하다. 장관 자리가 갖는 영향력 때문에 '선무당 굿'을 벌일 위험이 있다. 둘째, 정무직 장관 또한 공무원이다. 헌법 7조는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 박고 있다. 최 장관은 남산과 종묘를 녹지로 연결하는, 국민 상당수가 공감하는 정책을 '야만'처럼 몰아간다. 잘되면 '오세훈의 청계천'이 될 가능성이 있는 이 사업을 여권이 반대하는 이유는 짐작이 가지만 공무원이 공격 선봉에 서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방선거 국면에 그런 식으로 하면 선거 개입 시비가 일 것이다. 셋째, 말이 거칠다. 문화부 장관의 소명은 문화 창달에 있고 문화의 기본은 말이다. 최 장관이 서울시를 상대로 한 말은 초짜 장관보다는 초짜 정치인에 가까웠다. 애당초 그를 그 자리에 지명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그의 이력에서 문화·체육·관광과 닿는 것은 여행 플랫폼 사업을 했다는 정도다. 모름지기 문화부 장관은 경력을 떠나 문화적 교양이 충만한 사람이어야 한다. 적에게 난사하듯 원고를 읽는 문화부 장관이라니…. 늦지 않았다. 최 장관은 장관 모델을 다시 찾기 바란다. 정권 나팔수 역할을 했던 권위주의 시절 문공부 장관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문화행정 수준을 높인 고 이어령 장관을 참고하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