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금박이라도 두른 게 아닌데 입소문을 타 '출세하는 명함' 소리를 듣는 곳이 있습니다.\r명함 일본 나카무라활자 백년가게
시간의 힘, 믿으십니까. 백년을 목표로 달려가는 가게, 혹은 이미 백년을 넘어서 수백 년의 역사를 쌓은 곳들은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을까요. 일본 동네 곳곳에 숨어있는 ‘백년가게’를 찾아가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상인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명함 한 장이 인생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지. 특별히 ‘금박’이라도 두른 게 아닌데 입소문을 타 ‘출세하는 명함’ 소리를 듣는 곳이 있다. 일본 도쿄, 긴자의 나카무라 활자다. 113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은 연관 검색어로 성공이나 출세란 단어가 붙을 정도. 언뜻 보기엔 그저 평범한, 다소 도톰한 질감의 새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인쇄한 그런 소박한 명함이다.글자를 손으로 심어 만드는 명함 조용한 골목에 있는 이곳은 긴자의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지만,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니 나카무라 아키히사 5대 사장이 반긴다. 그의 등 뒤로 한눈에도 오래됨직한 나무장에 빼곡히 들어있는 활판들이 보인다. 활판인쇄는 글자가 새겨진 납 활자를 하나하나 심듯이 맞춰 글의 형태를 갖추게 한 뒤 잉크로 인쇄하는 방식. 글자를 하나하나 사람의 손으로 골라야 하는 아날로그로, 시간도 정성도 필요한 인쇄술이다.
“어떤 손님은 명함 뒷면에 가계도를 넣기도 하고, 어떤 손님은 자신의 얼굴 로고를 그려 넣기도 해요. 명함 하나하나에 하나의 인생과 이야기가 있는 거잖아요. 값싸게 만들 수 있는 명함이 천지인 시대지만,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이 신기하게 지금도 있기 때문에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 같아요.” 나카무라 사장이 두툼한 노트 한 권을 꺼내온다. 손님들이 쓴 이야기가 적힌 방명록이다. 정성스럽게 볼펜을 꾹꾹 눌러 적은 이야기들이다. 명함을 만들어서 상대방에게 이름뿐 아니라 생각을 전할 수 있어서 좋다거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다거나, 심지어 결혼했다거나, 사진 작가로 데뷔했다는 글들이 이어진다. 나카무라 사장이 웃는다. “눈이 침침한데, 활판인쇄를 계속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명함이 인연을 만들어준다니 멋지잖아요? 다음 세대에도 활판인쇄를 잘 전달해주면 좋겠어요.”“성공은 손님들이 노력해서…난 도울 뿐” 그가 가게 안쪽을 보여준다. 나무문을 지나 들어가니 은은하게 빛을 내는 납 활자들이 보인다. 이 글자들을 하나하나 뽑아서 명함을 만드는데, 꼬박 사흘이 걸린다. 나카무라 사장은 “활판 글씨에서 느껴지는 정겨움을 손님들이 알아주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했다. 이곳에 있는 활자는 2만여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서 손에 잉크투성이인 그에게 물었다. 성공하는 명함 소리를 듣게 되는 기분이 어떠냐고 말이다. 나카무라 사장이 말했다. “명함은 자기 분신이기도 하잖아요. 받은 사람은 그걸 보고 준 사람을 떠올리게 되니까요. 명함은 제가 만드는 거지만 성공은 실제로 손님들이 자기 노력으로 이룬 것들이고요. 저는 그저 돕는 것뿐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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