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KBS
KBS 사극 에서는 국가가 노처녀·노총각의 결혼 문제에 개입했던 왕조시대의 풍경이 그려진다. 유명한 노처녀 삼자매인 20대 초중반의 맹하나·맹두리·맹삼순을 결혼시키기 위해 임금이 어사까지 파견하고 여기에 중매쟁이가 가세하는 장면을 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다.요즘은 40대에 결혼해도 '늦지 않다'는 느낌을 준다. 결혼제도의 구속력이 계속 약화되는 추세라 빠르다, 늦다 하는 관념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 그래서 노처녀니 노총각이니 하는 말들이 어울리지 않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이런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이 볼 때는, 스무 살만 넘어도 늙을 노라는 수식어가 붙을 수 있었던 왕조시대 사람들의 삶이 숨막히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동용 유교 교재인 을 해설한 에 따르면 옛날에는 여성 20세, 남성 30세에 결혼하는 게 이상적이었다. 이 나이를 넘기면 '노'자가 붙기 쉬웠다.이 관념의 영향력은 꽤 오래 이어졌다.
어리게 보이고 싶은 욕망은 이처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공통된다. 그런데도, 20세와 30세를 넘기면 '노'자가 붙을 수도 있었으니, 이는 왕조시대 대중의 스트레스 중 하나였으리라고 볼 수 있다.그런데 그런 스트레스에 훨씬 많이 노출된 것은 왕실 자제들이었다. 이들의 결혼 적령기는 일반 대중보다 훨씬 빨랐다. 이들은 보통 10대 초반에 결혼했다. 그래서 10대 중반만 돼도 노처녀·노총각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이런 분위기는 세종의 손녀이자 문종의 딸인 경혜공주의 혼인에서도 나타난다.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았던 세종은 경혜공주가 14세가 된 1449년부터 급격히 위독해졌다. 52세인 세종의 건강 상태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왕실이 서두른 것 중 하나가 경혜공주의 혼인이다.세종이 사망할 경우, 경혜공주는 삼년상 동안에는 혼인할 수 없었다. 삼년상은 윤달을 제외한 25개월이므로, 이 기간이 지나면 경혜공주는 10대 후반이었다.
폐옹주가 된 그의 결혼이 추진된 것은 20년 뒤인 1643년이다. 광해군이 유배 중에 사망하고 2년이 지난 뒤에 혼인이 추진됐던 것이다. 인조 21년 4월 18일자 에는 옹주의 4촌인 인조가 혼수비용의 지급을 명령하는 장면이 나온다.옹주의 어머니인 유소의는 남편이 실각되고 이틀 뒤 처형을 당했다. 그 뒤 옹주는 외삼촌의 보호하에서 성장했다. 이로 인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옹주는 10대 초반은 물론이고 스물을 넘긴 뒤에도 결혼하지 못했다. 왕실을 기준으로 해도 노처녀이고 일반 대중을 기준으로 해도 노처녀였으니, 이 때문에도 위축될 수 있었다. 그런 옹주를 위해 옹주의 원수인 인조가 결혼을 지원했던 것이다.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지만, 옛날에는 결혼 압력이 가족뿐 아니라 사회로부터도 강력하게 가해졌다. 결혼적령기로 인식되는 나이가 지나도록 혼인하지 않으면 가족과 사회가 '노'자를 들이대며 압박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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