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봉수 제주살이] 비 오는 날의 헌책방 순례… 책밭서점, 동림당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가장 완벽한 발명품으로 책을 꼽았다. 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이유였다. '가장 완벽한 발명품'을 만드는 출판업계는 항상 어려움에 시달린다. 지난 몇 년 사이 종이값이 50% 올랐다. 종이는 비싸졌는데, 책값은 올리기 쉽지 않다. 전자책마저 종이책을 위협한다.
단골 서점이어서 전에도 들른 적 있는 교수님이"혹시 2층에 계신가" 하며 2층 골동품 전시장으로 올라갔더니 송재웅 대표가 반갑게 맞아주며 책방으로 안내했다. 비 오는 날 책장사가 잘 된다는 얘기는 현실과 달랐다. "책은 방학 때나 휴일에 많이 읽을 수 있고,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오갈 때도 읽을 수 있죠. 화장실이나 침대 머리맡에도 책을 두고 몇 쪽이라도 읽으면, 용변 보는 시간이 지겹지 않고 기분 좋게 잠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헌책방 대표들은 책을 버리지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다람쥐는 겨울이 닥치기 전에 도토리를 잔뜩 묻어뒀다가 다 기억하지 못해 도토리나무 번식에 기여한다. 김창삼 대표는 스스로 '책을 쌓아놓는 타입'이라 소개했다. 그는"내가 책을 잔뜩 모아두면 아내가 슬쩍 버려 그나마 책방 공간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송재웅 대표 역시 책 욕심을 못 버리고 있다. 그는"복사본이거나 큰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멀쩡한 애들을 내칠 수 있겠냐고요"라고 반문했다.
귀한 책은 비쌌지만, 역사 전공을 살려 가치 있는 책을 찾았다. 중국학을 공부할 때 좋은 자료가 될 법하면 일단 사서 모았다. 한국 음식이 그리워도 중국 식당에서 식비를 아껴가며 책을 살 정도였다. 그렇게 모으다 보니 어느새 연구자들이 알음알음 연락을 해왔다. '좋은 데 쓰시는데...'라며 저렴하게 책을 넘겼다. 그가 책을 모은 데는 자기 욕심도 있지만, 사회 기여라는 의미도 있었던 셈이다. 실제로 그의 자료 수집은 국책기관이나 대학교 연구사업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책이 아까워 모으다 보니 많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래도 최근 아동서나 수험서, 참고서와 같은 책을 석 달간 정리했다. 재활용센터에 폐지로 넘겼는데 그 무게만 24톤이었다고 한다. 1kg에 60원에서 120원 정도였다. 가격이 싼 것보다 본인 손을 떠나면 '책으로서 운명이 끝난다'는 생각에 망설였다. 현실을 이유로 눈을 질끈 감고 버렸다. 책밭서점 김 대표도 비슷한 처지다. 그는 부동산 값이 쌀 때 무리해서 건물을 매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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