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소리꾼 백귀영씨의 적벽가가 보여준 것 백귀영 김성훈 오마이뉴스 소리꾼 판소리 김성훈 기자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른 후유증은 지역의 전통문화예술 공연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다. 어제보다 오늘의 삶이 낫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때에 따라 오늘 하루 무사한 것이 행복이라 자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을 읽고, 어떤 것을 느끼든 일상이라는 꼬리표에 붙은 '우울'은 때 이른 장마처럼 우리 삶을 습하게 만들었다.
"작년 빛고을국악전수관 초청으로 적벽가 발표회를 하며 판소리 연행의 현장을 찾으신 분들께서 긴 터널 같은 코로나 시국을 버티며 뱉어낸 웃음과 울음을 만났습니다. 이어 두 번째 '적벽가 발표회'는 바다 같은 삶이 벗겨 낸 짠 냄새가 고수의 손을 두들기며, 소리꾼의 목울대에서는 그 장단을 받아 바싹 마른 슬픔 하나를 하얀 천에 스민 달빛 그림자로 만들어 무대를 꾸며 보려 합니다. 소리에 집중하는 동안 삶이 역동하는 것에 대한 경외감, 기쁨과 슬픔이 한 영혼에 닿았다는 놀라운 사실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판소리 무대는 창자와 고수, 청중의 호흡이 교제해야만 비로소 완성됩니다."
흔히 판소리 5바탕이라 부르는 것이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 적벽가, 수궁가이다. 그중 백귀영씨는 명창 최승희에게서 춘향가, 심청가, 홍보가를 명창 김경호에게는 적벽가를 각각 사사 받았다. 그런 삶의 이력에 비추어 본다면 그의 목에서 울리는 '광대치례'는 목을 만드는 지난한 훈련의 흔적이었으며, 삶이라는 시간의 이행기 동안 덧살이 오른 흉터와 비슷했다. "감사합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오신 분들 덕분에 큰 힘이 됐습니다. 공연 시간이 1시간 15분에서 20분 정도 소요됐는데요. 사실 소리를 준비하면서, 진짜 안 하고 싶었습니다. 포기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제 길이 아닌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 자리가 정말 제 자리가 맞는가, 뭐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남편 성화에 못 이겨, 정신을 차려보니 이 자리에 와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조 위주로 당당하고 진중하게 부르는 대목이 많아 소리꾼들은 흔히 소리하기가 되고 팍팍하다고 말한다. 고음 영역이 많고 풍부한 성량도 필요하다. 유비, 관우, 장비 등 삼국지를 호령한 장군들의 소리를 뱃속에서 바로 뽑아내는 통성과 호령조로 불어야 한다는 점에서 깊은 내공이 필요한 소리이다. 하지만 '변화'만이 강조되고, 지키고 가꾸는 삶이 뒷전에 놓인 이 시대에, 특히 지역에서 '전통 하기'는 어떤 맥락에서 읽혀야 할까. 안다고 믿었던 것이 가장 몰랐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에게 놓인 과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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