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S] 손희정의 영화담(談) 오펜하이머미국의 패권 장악과 무력 경쟁‘착한 사마리아인’ 미국적 환상 ‘피 묻힌’ 윤리적 딜레마 그려반성? 도덕적 선택 향한 향수?
반성? 도덕적 선택 향한 향수?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오펜하이머’는 스펙터클의 영화라기보다는 사운드의 영화다. 때로는 과하게 느껴질 정도의 사운드 디자인이 없었다면 관객들은 이 야심찬 역사극 안에서 길을 잃었을 것이다. 영화에선 3시간에 달하는 상영시간 동안 수많은 인물이 등장했다 사라지고, 서사는 크게 3개의 시간대를 넘나든다. 야망 있는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원자탄이 터질 때까지의 시간, 이후 그가 원자력위원회 위원장 루이스 스트로스의 음모로 보안인가 청문회를 받는 과정, 그리고 스트로스 본인이 치러야 하는 상무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그 주요 줄기다. 게다가 하나의 시간대 안에서도 과거와 현재가 섞여들고, 때로는 미래가 틈입해 들어온다. 영화의 시간관은 물리학자 닐스 보어의 원자이론이 설명하는 전자의 움직임처럼 예측 불가능하고 혼란스럽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파국을 경고하는 책 ‘인류세’에서 원자탄이 투하된 1945년 이후 “퇴적된 방사성 핵종을 함유한 지층은 미국이 전 세계적 패권을 장악하게 된 시대와 전후 수십년 동안 이뤄진 놀랄 만한 물질적 확대, 즉 자본주의가 대대적으로 성공한 시기의 서막을 알리는 전조”였다고 쓴다.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기후위기는 미국식 확장주의를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라는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버튼 하나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감각은 국가적이고 세계적인 차원에서 두려움보다는 효능감을 남겼다.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이 지속됐고, 모든 것의 군사화를 초래했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 역시 능력만 된다면 어떻게든 동참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오펜하이머가 메마른 눈으로 바라보는 미래처럼, 거대한 대량살상무기는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한 살상무기의 등장과 끊임없는 무기 경쟁이라는 ‘연쇄반응’으로 이어졌다. ☞한겨레S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세요.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속보] '백현동 의혹' 이재명, 검찰 조사 종료...13시간 조사'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주당...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검찰, '백현동 의혹' 이재명 13시간 조사...'목표 정해놓고 꿰맞춰'[앵커]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검찰, '백현동 의혹' 이재명 13시간 조사...'목표 정해놓고 꿰맞춰'[앵커]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YTN 실시간뉴스] 이재명 13시간 검찰 조사...'사건 꿰맞춰'■ 백현동 개발 비리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주당...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속보] '백현동 의혹' 이재명, 검찰 조사 종료...13시간 조사'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주당...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