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폭우에 살아남은 감자가 내게 알려준 한 가지 감자농사 군산 말랭이마을 폭우 박향숙 기자
올봄에 심었던 씨감자는 예년과 다르게 새로운 변신으로 내게 다가왔다. 자칭 텃밭농부 6년차, 매년 주 종목으로 감자를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처음엔 학생동아리를 이끌며 텃밭에서 거두는 각종 작물들을 바자회에서 판매,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기부하는 활동으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코로나 기간에도 작물은 자라는 법, 학생가족들의 변함없는 열정으로 연초에 목표한 동아리 활동을 계속했다.
올 장마의 최고 강수량이 군산에서 타전되면서 내 마음은 온통 수확때를 놓친 감자생각 뿐이었다. 수확해 팔고 안 팔고를 떠나서, 내가 심은 생떼같은 감자들이 땅속에서 얼굴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게 괴로웠다. 그러던 어느날, 이틀동안 태양빛을 머금은 감자밭으로 혼자 가봤다. 작년엔 감자수확량이 좋아서 올해 두둑 수를 늘렸던 것이 오히려 과욕의 증거가 되었다. 남은 네 개의 두둑 속에 들어있을 감자들을 남겨놓고 다시 올 날을 기약하며 돌아서는데 또 다시 비가 쏟아졌다. 그렇게 군산에 쏟아진 최고 강수량은 내 감자밭뿐만 아니라 전국에 엄청난 인명과 물적피해를 가져왔다. '정말 하늘에 구멍이 났다냐, 이게 무슨 하늘의 조화인지 모르겄다'는 말씀하시는 엄마 역시 전국 곳곳 재난소식을 당신 일처럼 귀를 기울였다.무엇보다 예상치 못한 인명피해, 자연재해가 아닌 인사사고로 전 국민의 맘이 괴로웠다. 한 발짝 떼면 다 이웃사촌이라고, 해병대 젊은 군인의 안타까운 사고 역시 가까운 지역사람이었다. 더욱더 황당한 것은 어느 해처럼 국가재난에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실감하는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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