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남의 갑을,병정] 이예람 중사 특검 재판, 낡은 판례로 무죄 선고 받은 피고들
▲ 고 이예람 중사의 유가족과 변호인단이 지난 1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고 이예람 중사 2차가해·부실수사' 공군 관계자 1심 선고 재판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6형사부는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가 기소한 사건 중 이 중사의 대대장 A씨, 중대장 B씨, 담당 군검사 C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했다.
또, C씨가 군검사로서 강제추행 가해자에 대한 구속 수사 원칙을 지키지 않았고, 2차 가해 사실을 알고도 보호 조치나 관련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를 한 달 반 동안 진행하지 않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직무유기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그런데 직무유기는 '법령, 내규에 따른 추상적 성실의무를 게을리하는 일체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직장의 무단이탈, 직무의 의식적인 포기 등과 같이 국가 기능을 저해하고 국민의 피해를 야기할 구체적인 가능성이 있는 경우만을 가리킨다'고 좁게 해석한다. 신고 이후 A씨는 비행단장, 군사경찰대대장, 성고충상담관 등으로부터 피-가해자 분리를 철저히 하고 2차 가해를 방지하라는 당부를 여러 차례 받았다. 하지만 A씨는 이 중사가 청원휴가 중이라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가해자가 분리된 것으로 판단하고 가해자에 대한 인사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다. 당시 이 중사는 부대 안 관사에서 머물고 있었고, 가해자도 이 중사 관사 인근 관사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접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가해자를 타 부대에 파견하기 위한 절차는 성고충상담관이 A씨에게 문제를 제기한 뒤에야 이루어졌다.
이처럼 2차 가해를 한 사람들이 줄줄이 법원에서 유죄를 받았음에도 이를 막기위해 책임을 다해야 했던 지휘관인 A씨는 '고의'로 직무를 유기한 것이 아니란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직무유기가 고의가 아니란 점도 의심스럽지만, 백번 양보해 고의가 아니라 치더라도 2차 가해로 피해자가 죽음에 이를 때까지 책무를 다하지 않은 지휘관이 단지 판례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공무원이 직무를 정상 수행하지 않아 인명피해 등의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해도 법으로 다스리기 어렵다.
공직자로서 분명 책임져야 할 일을 해놓고도 판례가 보수적이어서 빈틈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면 이는 법원의 책임이 크다. 더 이상 직권남용, 직무유기를 다룸에 있어 공직자가 무슨 의도를 갖고 행동했는지, 기계적인 직무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공직자가 저지른 문제 행동의 결과가 빚어낸 결과의 중대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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