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란에 가혹한 미국의 이중성, 기밀해제 문서로 드러나
자유와 인권에 기반한 정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은 무고한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악’이기 때문에 비핵화를 실현하고 핵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류 전체를 향한 윤리적 책무라는 것이다. 미국은 이를 내세워 북한에는 ‘전략적 인내’를 기반으로 한 제재와 고립을, 이란에는 외교적 합의를 통한 억제를 추진한다. 그런 미국이 이스라엘의 핵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태도를 보여준다. 이스라엘이 미국 몰래 핵무기를 개발했음에도 말이다. 기밀 해제된 관련 문서를 다룬 포린폴리시 기사를 소개한다.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서방 언론의 주목을 받은 지 오래 됐다. 하지만 이란이 실제로 핵폭탄 제조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는 여전히 분명치 않다. 핵무기 개발 계획을 제대로 숨기지 못한 이란의 모습은 중동 최초이자 유일한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애초부터 이스라엘은 디모나 프로젝트를 '이중 기밀'로 설계했다. 첫 번째 비밀은 1957년 프랑스와 이스라엘이 맺은 핵 협정이었다. 이것이 디모나 핵단지 건설의 토대가 되었다. 두 나라는 이 협정이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 잘 알았기에 극도로 은밀하게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진짜 핵심 비밀은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지하 6층 규모의 거대한 재처리 시설, 일명 화학 분리 공장이었다. 당시 이 협정의 내용을 아는 사람은 프랑스와 이스라엘 양국에서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기밀이 풀린 '이스라엘 플루토늄 생산' 보고서를 보면 미국이 이미 훨씬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문서는 이스라엘이 베에르시바 근처에 대형 원자로를 짓는 것뿐 아니라 '플루토늄 분리 공장' 역시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1960년 12월 21일, 미국의 압박을 받던 벤구리온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디모나 원자로 건설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산업과 농업, 보건, 과학 등 여러 분야에 쓸 연구용’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식을 들은 미국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원자로의 존재가 밝혀진 것에 공개 성명을 내 놀라움을 표했다. 무기 개발 의도가 없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믿기 어려웠던 것이다. 화가 난 벤구리온은 당시 미국 대사에게"우리는 미국의 위성국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에 국가안보 아카이브가 새로 공개한 자료에는 1965년과 1966년 디모나 사찰에 관한 기밀 해제된 전체 보고서, 그리고 1967년 방문의 예비 보고서가 들어 있다. 특히 1965년부터 1967년까지 3년은 이스라엘 핵 프로그램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은 시기였다. 1965년에는 극비 지하 분리 공장이 완공됐고, 1966년에는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시작됐으며, 1967년 전쟁 직전에는 최초의 핵폭탄이 조립됐다.
가장 큰 쟁점은 이스라엘이 원자로 노심에서 꺼낸 사용후 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계획이냐는 것이었다. 1965년 프라트는 미국 사찰단에게 사용후 연료를 화학 처리를 위해 프랑스로 보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는 식으로 얼버무렸다. 하지만 실제로 이스라엘은 사용 후 연료를 한 번도 프랑스로 보내지 않았고, 오히려 6개월마다 방사선 조사된 노심을 재처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메모가 나온 지 약 6주 뒤인 1967년 4월 말 미국 사찰단은 다시 디모나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이 INR 보고서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전체 사찰 보고서는 아직도 기밀이지만 재처리에 대한 의심은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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