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위한 플랜 A] 어느새부터 설날은 안 멋져
고백하자면 나는 명절이 좀 부담스럽다. 모처럼 길게 쉴 수 있는 빨간날을 반기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가끔은 내 여건이 가족들을 만나야 하는 시간을 부담스럽게 느끼도록 만든 것 같다.
가족들의 여러 질문을 받을 때 나는 꽤 자주 인생의 표준 경로를 한참이나 벗어나 있었다. 예컨대 직장이 시민단체이거나, 연애를 하고 있어도 결혼 생각이 없거나, 연봉을 묻는 말에 끝까지 대답하지 않거나, 취업 사기를 당하는 등 가족들 입장에서의 온갖 기행을 저지르는 식이었다. 이 모든 일이 모두 내 잘못일 뿐이라 말한다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가족들이 내 이상한 인생에 대해 조언해 주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 다른 나쁜 소식은 기후위기이다.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에서는 2024년, 최초로 한 해 평균 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넘었다는 사실을 알렸다. 기후 위기가 먹거리 가격의 상승, 재난의 증가, 이로 인한 경제의 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후위기가 심각해진다면 풍요로운 설날은 옛이야기로 남을지도 모른다.
나는 가끔 이 괴리감이 부조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실패를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없을뿐더러, 따지고 보면 표준적인 삶을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이 유니콘처럼 여겨질 만큼 적은 것도 사실이다. 표준이 '표준'이라기보다는 '매우 성공한 삶'에 가까운 것이 되어버린 탓이다. 왜 성공하지 못했는지 묻는 질문 속에는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고 싶은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지, 좋은 삶의 구체적인 형태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낄 자리도 없다. 그럼에도 실패하는 일은 점점 쉬운 일이 되었다. 기후위기와 경제위기와 모든 '위기'라는 말이 붙은 단어들이 늘어나며 모두가 불안정해진 탓이다. 표준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와중에, 표준적인 인생을 사는 것이 행복을 담보하는 것도 아니게 되었다. 성공에 대한 상은 있지만, 행복에 대한 상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지금 시대의 비극 중 하나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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