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낀 전설처럼 사라져 간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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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 낀 전설처럼 사라져 간 고향 횡성_호수길 이기원 기자

얼어붙은 횡성 호수길을 걷다 보면 쩡쩡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린다. 꽁꽁 언 냇가에서 굵은 철사줄 나무에 길게 박아 만든 썰매 타고 놀던 시절 많이 들었던 터라 낯선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다섯 마을을 삼키고 얼어붙은 횡성 호수가 토해내는 쩡쩡 소리가 어느 순간 수몰민들이 토해내는 울음소리처럼 들려왔다.살던 집 문고리도 온몸으로 흔들어 보리옮겨간 낯선 곳에 눈물 뿌려 기심매고돌아오지 않는 그리움만 나루터에 쌓여갈 뿐돌아가 고향하늘에 홀로 글썽이리수몰민의 삶에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이동순의 시 '물의 노래'를 접하면서부터였다. 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애환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수몰민의 애환을 직접 들어본 적도 없으니, 막연한 감상 정도에 머물렀을 뿐이다.1월 말 찾은 횡성호도 온통 얼음 세상이었다. 추위 탓인지 찾는 이 많지 않은 호수길 따라 걷는데 얼음 갈라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시간 반 정도 호수 길을 돌아와 출발 지점 망향의 동산에 도착하니 커다란 조형물이 눈에 들어왔다. 조형물 아랫부분에 수몰민들의 애환을 담은 글이 새겨져 있었다. 사연을 읽으면서 '물의 노래'에서 느껴졌던 애환이 울컥 되살아났다. "중금, 부동, 화전, 구방, 포동 다섯 동네가 오순도순 둥지를 틀었던 그 아늑하던 산, 들, 내는 우리들 어머니의 품이며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요, 이 땅에 터 잡아 누대를 살아오며 때로는 기쁨에 절로 즐거웠고 더러는 슬픔을 함께 나누던 우리네 얼과 혼이 깃든 삶의 터전입니다. 내 할아버지가 그랬듯 내 아버지가 대를 이어 오곡백과를 가꾸며 작은 역사를 만들어 온 이 터의 품에 안겨 다시는 그 뜨거운 숨결을 들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이끼 낀 전설처럼 사라져간 우리네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고향을 잃어버린 한을 이 동산에 묻을 따름입니다. 훗날 우리들 아들과 손자들이 고향을 찾고 싶을 때, 조상의 그리움이 사무칠 때, 가쁜 숨 몰아쉬고 아픈 가슴 달래며 상전벽해가 되어버린 횡성호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망향의 동산 조형물에 새겨진 글겨울 횡성 호수 길에서 느낀 소감과 얼어붙은 횡성 호수 사진 몇 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정든 땅, 정든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수몰민 이야기가 댓글로 올라왔다. 해마다 수몰민을 중심으로 망향제와 화성초등학교 동문회가 열리고 있고, 원주 단구동 유승 아파트 수몰민들을 대상으로 택지를 분양해서 지금도 수몰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고 했다. 수몰민들이 모여 살고 있는 단구동에 추모탑이 있다는 댓글도 있었다.

댓글이 인연이 되어 횡성댐 수몰지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화성초등학교 시절 한치 저수지 옆 솔숲, 부동리 다리 밑, 부동리 지나 전촌리 삼거리 저수지로 소풍 갔던 이야기, 중금리와 부동리 사이에 있던 정자각 화성정 이야기, 화성초등학교 뒤쪽으로 흐르던 개울 한 가운데 바위가 있었는데 말바위 혹은 말뚝바위라 불렀다는 이야기, 학교랑 마주 보는 나지막한 언덕에 있던 천주교회 이야기, 비 많이 오면 개울 건너기가 어려워 비만 오면 조기 귀가했던 이야기. 화성초등학교 졸업한 분이 보내준 댓글에서 갈 수 없는 고향과 모교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이 절절하게 느껴졌다.모두모두 저 물속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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