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증원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증원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환자단체, 시민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논의의 틀로 활용할 계획이지만,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와 의협의 양자 협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의대 정원 규모는 의료 수요자인 시민과 각급 병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두루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특정 이익집단이 논의를 독점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만성적인 의사 부족 국가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보건 통계 2022’ 자료를 보면, 한국의 1천명당 임상 의사 수는 2.5명으로 멕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적다. 한의사를 빼면 최하위다. 오이시디 평균을 훨씬 밑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5년에는 의사 수가 2만7232명 부족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국민의 의료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려면 의사 증원이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지만,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시도는 번번이 의협의 반대에 막혀 좌절됐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 정부가 19일 의료 인력 확충 방침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도 의료계의 반발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정부 발표를 앞두고 증원 규모가 1천명 이상일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자 의협은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 투쟁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의협은 그동안 정부가 의사 증원, 의약분업 등 의사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집단 휴진으로 맞서왔다. 진료 거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여서 자신들의 집단행동이 미칠 파장이 막대하다는 점을 악용해온 것이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의협이 ‘슈퍼 갑’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자신의 동의 없이는 어떤 정책도 추진해선 안 된다는 생각은 오만하고 이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다른 어떤 직역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거쳐 의사 증원이라는 해묵은 난제를 반드시 해결하기 바란다. 관련기사 이슈의대 정원 확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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