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근무하는 구급대원 ㄱ씨는 최근 80대 간암 환자를 응급실에 이송하려 병원 20곳에 문의했다. 환자는 혈압과 심박수가 정상 수치보다 크게 낮아져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상급병원인 3차 병원에선 의사가 없다고, 2차 병원에선 큰 병원에 가야 한다며 받아주지 않
았다. 결국 환자는 구급차를 탄 지 세시간 만에 ‘응급처치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한 2차 병원 응급실에 갈 수 있었다.
ㄱ씨는 “환자의 심정지 상황이 오면 응급실에 밀고 들어가려고 수용을 거절한 대학병원 인근에서 30분가량 기다렸다. 기존에는 반경 10㎞ 이내 응급실에 갈 수 있었는데, 전공의 이탈 뒤엔 20곳 넘게 전화하고 반경 30㎞까지 가도 이송이 어렵다”고 말했다. ‘응급실 뺑뺑이’가 최근 더욱 악화된 배경으로 전공의 집단 이탈 뒤 ‘최소 기준’을 겨우 맞춘 응급실 인력 감소가 꼽힌다. 28일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상급종합병원 지역응급의료센터 설명을 종합하면, 전체 67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10명 이하의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운영되고 있다. 약 3분의 1은 전문의가 8명 이하였다. 정부는 응급실 당직 의사 2명이 상주하려면 전문의 최소 12명이, 당직을 1명이 서면 최소 6명이 필요하다고 본다.응급실은 보통 전문의 1~2명과 전공의 3~4명이 12시간씩 근무하는 체제로 운영됐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엔 전문의 2명이 2인1조를 이뤄 근무를 서왔다. 그러나 전공의 공백이 7개월째 이어지면서 응급실 전문의들도 하나둘 병원을 떠났다. 피로가 누적된데다 응급실 전문의 부족으로 조건이 더 좋은 병원으로 연쇄 이동이 일어난 탓이다.
전문의가 부족한 응급실은 ‘오버랩 근무조’를 편성해 버텨왔다. 아침 8시~저녁 8시와 저녁 8시~다음날 아침 8시에 1명만 일하되, 그사이 환자가 많은 오후 2시~밤 10시에 근무자 1명을 배치하는 식이다. 2인1조를 편성할 수 없어 짜낸 ‘고육책’이다. 이조차 어려운 곳은 내내 혼자 근무한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응급실 전문의가 8명 밑으로 떨어지면, 부분 ‘셧다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다음달부터 매주 수·목 48시간씩 응급실 문을 닫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재 이대목동병원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8명이 일하는데, 1명만 당직을 선다. 전공의 이탈 전에는 전문의 1명에 인턴·레지던트 4명까지 5명이 함께 근무했다.
한편, 정부는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추석 연휴 전후인 9월11일부터 25일까지 약 2주간을 ‘추석 명절 비상응급 대응주간’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기간 중증 응급환자만을 진료하는 ‘중증 전담 응급실'을 전국 29개 응급의료권역별로 1곳 이상 한시 운영하고,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기존 인상분인 150%에서 250%까지 인상한다. 또 당직 병의원을 지난 설 연휴보다 400여곳 많은 4천곳 이상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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