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당시 유력한 대선 주자였던 윤석열씨는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각종 망언을 쏟아냈다. 육체노동 비하, 타국 비하 등 문제가 될 발언이 많았는데(이미 보도가 많이 나왔다), 그중에는 인문학에 대한 비하도 있었다. 대학생들은 기업에서 원하는 분야, 즉 공학이나 자연과학을 공부해야 하며, 인문학은 그런 ...
육체노동 비하, 타국 비하 등 문제가 될 발언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인문학에 대한 비하도 있었다. 대학생들은 기업에서 원하는 분야, 즉 공학이나 자연과학을 공부해야 하며, 인문학은 그런 걸 공부하며 병행하면 되지 대학 혹은 그 이후 대학원 과정에서까지 배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나는 철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서, 그의 인문학에 대한 저열한 인식과 그 배후에 있는 개발주의·물질주의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인문학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의 말에 반박하려면 끝없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인문학을 왜 연구해야 하냐는 질문은 인문학 전공자들이 스스로 많이 던지고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질문이기도 하다. 인문학 전공자가 학부 시절 및 대학원 수업 과정을 지나 본격적으로 자기 연구를 시작하면, 점점 매우 한정된 영역의 작은 연구 주제에 매달리게 된다. 아니면 연구라는 것 자체를 때려치우고 매일매일 집회에 나가고, 광장의 목소리를 듣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 온 시간을 바쳐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의존하고 있던 사회의 기반이 이토록 취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는데도 안락한 연구실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지 않을까?집회에 나가서도 끊임없이 고민했다. 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광장에 나가 있을 때는 무척 좋았다. 수많은 사람 속에서 나 한 사람이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여도, 내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 아주 작게나마 기여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광장에서 그동안 몰랐던 여러 가지를 배운 것처럼, 인문학 연구는 우리가 그동안 당연시해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연구를 위해 깊게 파고들면 새로운 삶의 양식과 새로운 사고방식에 대해, 내가 지금껏 알지 못했던 세상에 대해 배우게 된다. 내가 전공하는 분야를 예로 들어보겠다. 내 세부 전공은 철학 내에서도 과학철학이라는, 과학과 관련된 철학적 문제를 다루는 분야다. 과학철학에서는 과학 지식이 정말로 사회적·문화적·정치적 가치와 무관한지 묻는 가치중립성 문제,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구획 문제, 과학적 증거란 무엇이며 증거가 가설을 어떻게 뒷받침하는지 묻는 입증의 문제 등을 다룬다. 이 문제들은 과학철학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지만, 우리 시대에 새롭게 고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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