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한동훈, 김태우 '공익신고자' 아닌 걸 알고 있다 이충재_인사이트 이충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 등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4일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특별사면하는 명분은 그가 공익신고자라는 점을 인정해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주재한 법무부 사면심사위가 김 전 구청장을 8·15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문재인 정부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공익신고자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법원이 일관되게 김 전 구청장의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면의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김 전 구청장 사면은 불과 석 달 전의 대법원 판결을 부인하는 반헌법적 결정이라는 얘깁니다.
김 전 구청장이 공익신고자라는 주장은 국민권익위원회가 2019년 2월 당시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제한적이나마 공익신고자로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이 결정에 논란이 제기되자 권익위는"공익신고 내용이 거짓임을 알고도 신고한 경우 등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신고로 인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이후 김 수사관의 폭로가 공익신고의 예외적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공익신고자 지위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이라는 법률에서 규정된 것으로 최종적 판단 권한은 법원에 있습니다. 법원은 2021년 김태우 공무상 기밀누설 사건 1심판결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한결같이 김 전 구청장을 공익신고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이런 법원의 결정은 김태우의 폭로가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명시된 예외조항인 '부정한 목적으로 신고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결정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지난 5월 대법원 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 전 구청장이 권익위에 '공익신고자 책임감면 조치'를 신청했으나 기각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책임감면 신청'은 공익신고로 인해 발생한 형벌의 감경을 권익위에 요청하는 절차인데, 신청이 인정되면 권익위는 대법원에 감형 필요 의견을 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권익위는 김 전 구청장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법원의 판단을 인정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2019년 김 전 구청장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했던 권익위의 자체 결정을 번복한 셈입니다. 김 전 구청장과 국민의힘은 법원의 공익신고자 배제 판결이 '김명수 사법부'와 '문재인 검찰'의 횡포라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김 전 구청장에게 유죄 확정 선고를 내린 대법원 1부 주심 박정화 대법관은 전임 대법원장 양승태가 임명 제청한 대법관입니다. 또 김 전 구청장을 기소한 김욱준 당시 수원지검 형사1부장은 2020년말 윤석열 총장 직무정지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반발하다 검찰을 떠났던 인물입니다. 검찰이 기소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공소유지했으며,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점에서 반발할 명분이 없습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인물입니다. 김 전 구청장의 개인비리와 대검의 감찰, 검찰 기소와 재판 진행 과정 등을 낱낱이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짜 공익신고자'이자 '비리 혐의자'를 사면하는 것은 헌법을 유린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셈입니다. 일각에선 김 전구청을 다시 강서구청장 선거에 출마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번 보궐선거는 김 전 구청장의 비리 혐의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그런데 특별사면이라는 비정상 조치까지 동원해 공천하는 것은 사법부와 국민을 조롱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습니다. '사면 농단'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 매일 아침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한국일보 편집국장, 주필을 지냈던 이충재 기자는 오랜 기자 경험을 토대로 객관적이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우리 사회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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