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겪은 폭력과 돌봄 노동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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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겪은 폭력과 돌봄 노동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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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다른 아이의 귀를 잡아당긴 경험과 그로 인한 피해와 비난, 그리고 그 속에서 느껴진 혼란스러움과 갈등을 이야기한다. 또한, 현재의 돌봄 노동 환경이 어떻게 아이와 돌봄 노동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논한다.

어릴 적 ‘원숭이 귀’라는 놀림을 자주 들었다. 귀가 크지 않지만 방향이 앞으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귀의 모양은 나에게 고통을 줬다. 놀림 때문이 아니었다. 어른들이 자꾸만 ‘복 귀’라며 귀를 만져서였다. 싫은 티를 내면 어른들은 귀여워했고, 내 귀는 자주 공공재처럼 만짐을 당했다. 또래들이 내 귀를 만지고 잡아당기는 일도 겪었다. 귀를 숨기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언제 어디서 겪을지 모르니 불편함만 쌓여갔다.

그러다 유치원에서 나랑 귀가 똑 닮은 아이를 만났다. 새로 들어온 남자아이였고, 나보다 작고 하얀 피부를 지녔었다. 나는 그 귀를 복 귀라며 만졌다. 계속 만지니 아이는 울었고, 선생님은 제지했다. 나는 잠잠해졌다가 그 아이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이는 또 울었다. 하면 안 된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이 마음은 참 아이러니한 것이었다. 세상에 어른들은 계속 내 귀를 만지는데 왜 나는 저 아이의 귀를 만지지 못할까.유치원이 끝날 때쯤, 선생님은 나보고 남으라고 했다. 아이들이 하원하고 내가 다니던 ‘기린반’에는 20대의 여성 선생님 둘과 나만 남겨졌다. 한 선생님은 각목을 꺼내 책상을 내려쳤다. 오금이 저렸고 눈물 콧물이 쏟아졌다. 온갖 날카로운 욕들이 빗발쳤고, 다른 한 선생님은 그 선생님을 말리며 나를 달랬다. 마치 당근과 채찍처럼. 그렇게 그 아이의 귀에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유치원을 나와 집에 걸어가는데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어서 눈물 자국을 말려야 엄마에게 들키지 않을 터였다. 죽임을 당하지 않기 위해 유치원에서 겪은 일을 숨겨야 했지만, 정작 진짜 숨기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바로 그 아이의 귀를 잡아당기면서 내 마음이 개운했다는 사실이다. 이제까지 쌓였던 불편감이 싹 내려가는 것 같았고, 보상받는 기분까지도 들었다. 나는 그 아이의 울음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그 모습이 귀가 만져지는 게 싫었던 내 모습이었는데도 말이다. 그날은 마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폭력의 재생산 과정이 내 마음속에서 한번 가동된 날이다. 어린 마음에도 그런 내가 께름칙했다.얼마 전, 한 유치원 교사를 만나 돌봄노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대 후반의 여성인 그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본인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폭력들이 있다고 했다. 전혀 통제가 되지 않고 교육 진행도 못 하게 난리를 피우는 한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계속 그러면 아이에게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는다. 외로움이라는 형벌을 주는 것이다. 외로움의 형벌은 아이에게 우울을 남긴다. 우울한 채 집에 가면 학부모는 무슨 일이 있었구나, 알아채고 민원을 넣는다. 폐회로텔레비전을 보자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민원을 받더라도 손 보탤 인력도 없고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도 없다. 결국 아이에게 가하는 외로움의 형벌을 더 높인다. 그건 학부모에게 보내는 모종의 메시지다. 당신이 계속 이러면 아이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이런 일은 그에게도 상처로 남는다.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 하려고 이 길을 택했는데, 실상은 늘 민원에 시달리고 원생 떨어질까 걱정인 원장의 눈치를 보며 말도 못 한다. 그사이에 아이만 희생당한다. 그는 피해와 가해를 오가며 생존을 도모했던 시간을 소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유년과 그의 노동은 30년 가까운 시차를 뒀다.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이 선명하다. 아이를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문화와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자가 겪는 열악한 처우 말이다. 여전히 아이로 살기도, 돌봄노동자로 살기도 벅찬 세상이다. 저출생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미래가 있으려면 아이도, 돌봄노동자도 사람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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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폭력 돌봄노동 피해자 가해자 어린이 교사 출산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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