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불확실성과 미 연준 금리인하 속도조절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수준까지 떨어졌다.
12.3 계엄사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 충격 여파까지 겹치며 달러당 원화 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보다 8.4원 상승한 1464.8원에 마감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 이후 최고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원 내린 1455.2원에 시작했지만, 곧 상승전환했다. 달러화는 장중 1465.5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연말을 맞아 거래량이 줄어든 시장에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 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미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조절이 글로벌 미 달러 강세를 부추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연기됐지만 민주당은 그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경우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는 방침이다.
녹록치 않은 한국 경제 상황으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2025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는 연내 1.4회 내외로 줄어 들었다. 한-미 금리 역전폭 확대 우려도 원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원달러 환율은 미국 예외주의, 트럼프 집권 2기 무역분쟁 심화로 인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취임 직전 원·달러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내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내년에는 1500원대 환율 가능성도 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선에 진입함에 따라 ‘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개 원화 값이 떨어지면 물가는 크게 뛰곤 하는데, 최근 국내 휘발유·경유값이 국제 원윳값 하락세와 달리 10주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또 원화 값 하락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움직임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탄핵 정국’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면서 자본 유출을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환율 상승은 반도체나 자동차 등 일부 수출기업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수입 원자재 값 상승 부담으로 환차익 효과는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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