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순위 없는 18개 시나리오, 연금 개혁 더 산으로 간 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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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9개월간 21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도출한 연금 개혁의 밑그림이 나왔다.〈중앙SUNDAY 8월 12~13일자 1면 참조〉 그런데 최종보고서 발표 및 공청회를 앞두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25일 현재 알려진 국민연금 개혁안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매월 소득의 9%를 내는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에는 현재 재정계산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윤석명 연구위원(전 한국연금학회 회장·리셋 코리아 연금분과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공적연금 보험료 수준에도, 1998년 개혁 이래 지난 25년간 보험료율를 단 1% 올리지 못했다'며 '당장 연금 개혁에 들어가도 ‘골든타임’을 놓쳐 상당한 고통이 뒤따르기에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개혁의 시간’이 도래했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가 9개월간 21여 차례의 회의를 통해 도출한 연금 개혁의 밑그림이 나왔다.〈중앙SUNDAY 8월 12~13일자 1면 참조〉 그런데 최종보고서 발표 및 공청회를 앞두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무려 18개에 달하는 백과사전식 ‘개혁안’이 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소득대체율 ‘유지’와 ‘상향’을 두고 재정계산위 위원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난해해지면서, 연금 개혁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윤석열 정부의 주요 과제인 국민연금 개혁 목표는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공적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25일 현재 알려진 국민연금 개혁안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매월 소득의 9%를 내는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에는 현재 재정계산위원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상향 방안도 세 가지가 추가될 예정이다. 현재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66세, 67세, 68세로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기금 운용 수익률 상향 방안도 포함됐다. 연평균 수익률을 현재보다 0.5∼1%포인트 상향 조정해 반영하는 안이 검토됐다. 여기에 당초 최종보고서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진 ‘소득대체율 상향 방안’을 두고 일부 재정계산위 위원들이 반발하면서 최종 보고서 발표 및 공청회도 이달 말에서 9월 1일로 연기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재정계산위 논의를 토대로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재정계산위가 우선순위도 없이 시나리오를 던져놓는 데 그치면서 정부의 개혁안 도출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공을 넘겨받은 정부가 반발이 큰 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윤석명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공적연금 보험료 수준에도, 1998년 개혁 이래 지난 25년간 보험료율를 단 1% 올리지 못했다”며 “당장 연금 개혁에 들어가도 ‘골든타임’을 놓쳐 상당한 고통이 뒤따르기에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은 2003년부터 5년을 주기로 시행되고 있다. 윤 위원은 1차 국민연금 재정계산부터 지난해 시작된 5차 재정계산까지 모두 참여했다. 연금 재정 안정을 달성해야 취약계층의 노후소득을 지켜주고, 미래세대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는 확신에서다. 그런데 5차 재정계산의 마무리 시점에서 더 없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배가 침몰하지 않게 끌고 가야하는 게 전문가의 역할인데, 18개의 개혁안을 우선순위도 없이 던져놓고 끝내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왜 이런 상황이 됐나.“전문가조차 국민연금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못보고 있다. 3월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현재 1000조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다음이다. 그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정부는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금이 고갈 돼도 국가가 책임진다고 하던데.“1988년 출범한 국민연금은 당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연금 보험료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영국은 25%, 독일은 18.6%, 일본은 18.3%, 중국은 16% 수준인데 우리는 9%다. 거기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저출생·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출생률 0.78은 70만~100만명 세대를 약 25만명 세대가 부양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나라가 존재하는 한 지급한다’며 안심시켜왔는데, 결국 적자분은 다 미래의 빚이다. 미래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과도하게 커지면 국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우리나라는 지난 25년 동안 보험료율은 단 1%도 올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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