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이후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그해 7월에 강경대 치사 사건 첫 재판이 열렸을 때 유가족들이 법정소란을 일으켜서 박정기, 강민조(강경대의 부친) 회원이 구속되고, 오영자(박선영 모친), 이오순(송광영 모친) 회원이 수배되는 일이 일어났다
1991년 이후 우울한 나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그해 7월에 강경대 치사 사건 첫 재판이 열렸을 때 유가족들이 법정소란을 일으켜서 박정기, 강민조 회원이 구속되고, 오영자, 이오순 회원이 수배되는 일이 일어났다. 흥분하시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강경대를 죽인 경찰을 보자 유가족들은 즉각적으로 흥분했던 것이다.
1993년 6월, 나는 제4회 범국민추모제 준비로 바빴다. 범국민추모제를 준비할 때면 유가협은 언제나 분주했다. 1년 동안 다락에 올려놓은 열사, 희생자들의 영정을 내려서 손보는 일부터 했다. 파손된 액자 틀을 다시 맞추고, 먼지를 깨끗이 닦아냈다. 유가족들과 추모사업회 일꾼들이 정성껏 영정을 닦는 모습을 보고는 조금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6월12일, 경희대에서 열린 제4회 범국민추모제는 잘 진행되었다. 그다음이 문제였다. 그날 대학생들은 남북 학생회담을 열기 위해서 연세대에서 집회를 한 뒤 판문점으로 향하던 중 연신내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진압을 하던 김춘도 순경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6월13일, 경희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범국민추모문화제 때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열사여, 일어나라’ 추모 문화공연은 망했다.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장대비 속에서 나는 속으로 울었다.
추모문화제를 정리도 못 하고 나는 비행기에 올랐다. 유엔세계인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김포공항에 아내가 갓 백일 지난 큰딸 성아를 안고 배웅 나왔다. 방긋방긋 웃으며, 손을 흔드는 딸과 아내를 뒤로하고 나는 오스트리아 빈으로 향했다.유엔은 냉전체제가 붕괴한 뒤 매년 주요한 의제들을 다루는 세계대회를 개최하고 있었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 1994년 북경여성회의 같은 식이었다. 1993년에는 인권회의였다. 빈에서 열리는 인권회의에 참가하기 위해서 한국의 인권단체들은 ‘유엔세계인권대회를 위한 민간단체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준비해왔다. 거기에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가협,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국제노동기구 전국노동자공대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의 인권단체들이 참여했다. 본 대회는 6월14일부터 25일까지 열렸고, 그전에 6월10일부터 13일까지는 민간단체 포럼이 열린다고 했다. 나는 뒤늦게 합류했다.
그다음의 빛깔은 핑크빛이었다. ‘동방예의지국’인 대한민국에서만 살아온 나는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그곳에서 나는 처음 동성애자들을 만났다. 복장도 이상했다. 복장부터 충격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엉덩이가 나오는 옷을 입고 춤을 추기도 했고, 남남, 여여가 붙어 다니면서 키스를 했다. 그들이 나눠주는 모든 유인물은 핑크빛이었다. 그 외에도 여성, 장애인, 선주민, 이주민 등 소수자들의 이슈도 많았다. 인권 범위의 광대함에 놀랐다.그곳에서 이철규추모사업회 황차은 국장과 나는 세계에서 온 사람들을 상대로 의문사 진상규명 서명을 받아갔다. 서명지는 연세대학교에서 영어 강사로 있던 진영종 선배가 만들어주었던 것을 사용했다. 독일에서 온 양영미씨가 영어가 안 되는 우리를 많이 도와주었다. 우리는 아르헨티나에서 오신 ‘오월광장 어머니회’ 분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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