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놀고 싶다, 이태원 ②] 김혜영씨가 들은 윤보영씨의 이야기
"은 이태원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각자에게 이태원은 어떤 의미인지, 참사 이후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기억해 왔는지, 앞으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이 기록이 또 다른 이야기를 여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이태원이 고향은 아니에요. 미취학 아동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서 자주 왔었어요. 일요일은 이태원 가는 날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그때부터 접점이 생겼던 것 같아요. 고등학생 때까지는 어린 시절 좋은 기억 때문에 친구들을 많이 데려왔고, 그 이후에는 용산구에 있는 대학을 다녀서 자주 왔어요. 그러다 2017년 지구촌 축제 첫날 이태원으로 이사를 온 건데, 가족들이 공유한 추억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부모님은 연애할 때부터 이태원에 자주 다녔대요. 그래서인지 두 분 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으신 편이에요.
참, 이태원에는 가까운 약국이나 병원이 은근히 없어요. 보광동 아니면 숙대입구역까지 나가야 해요. 그나마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가게들이 폐업한 자리에 메디컬 빌딩이 생겼어요. 아, 공원이 없는 것도 큰 단점이네요. 그래서 불편하기도 하고 질리기도 하는데, 이태원을 사랑하니까 여기 남아있는 거겠죠? 역시 애증의 관계에요. 갑자기 구급차가 지나가서 친구가 놀랐어요. 저는 지금부터 몇 대 더 지나갈 거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했어요. 이태원에서는 금토일이면 항상 사이렌이 울리니까요. 평소처럼 누가 어디서 싸우나 보다, 쓰러졌나 보다 생각했죠. 심각성을 느낀 건 '서초', '도봉', '노원'이라고 쓰인 소방차를 봤을 때였어요. 관할 구역도 아닌데 왜 여기까지 왔을까 의아했는데, 끝없이 줄을 지어서 오더라고요. 그때부터 무서웠어요. 핸드폰은 여전히 안 터졌고 다른 운전자들도 창문 열고 무슨 일인지 서로 물었어요.
참사 직후에 그런 시선이 많았잖아요."놀러 갔다 죽은 건데 왜 책임을 묻냐." 제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자기 일 아니라고 막말하네?" 하며 욱하고 올라오지만 참아요. 그다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놀게 좀 냅둬라." 이태원에서 지옥의 파티를 하는 것도 아니고, 핼러윈 가는 게 대단한 거 아니잖아요. 주민으로서 6년 동안 본 사람들은 사진 찍고 재밌게 즐기러 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죄악시할까요? '왜 이렇게 노는 거를 못 견뎌 하지? 놀면 안 돼?' 이런 생각을 했어요. 공론화되지 않는 게 가장 답답해요. . 다들 가슴에 담아두고 사는 건지 아니면 잊고 싶은 건지 아니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건지. 물론 그 슬픔을 떠안고 일상을 살기란 어렵겠죠. 하지만 기억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제 인터넷에서 굳이 찾지 않으면 소식을 잘 알 수 없어요. 너무 빨리 잊힌다는 게 답답하고 가슴이 미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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