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의 미학, 에스파 뮤직비디오 '아마겟돈'
곤충을 닮은 기괴한 형태의 오브제들, 어둡고 탁한 색감, 기묘하고 섬뜩한 연출. 어느 모로 보아도 크리쳐물이나 코스믹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놀랍게도 한 걸그룹의 뮤직비디오다. 현재 케이팝 산업의 가장 강력한 슈퍼노바적 존재, 에스파의 정규 1집 타이틀곡"Armageddon"의 이야기다.이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한 키워드는 '그로테스크'다. 그로테스크는 동굴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그로토에서 유래된 용어로, 인간과 동식물 등이 기괴하게 결합된 형태를 묘사한 로마 시대 동굴 벽화로부터 출발했다.
더듬이를 연상케 하는 왕관 모양의 헤드피스와 함께 나비의 윤곽을 구축한 뒤, 조명의 역광을 통해 윈터의 얼굴을 의도적으로 실루엣 속에 감춤으로써 화면 속에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닌 한 마리의 기괴한 크리쳐만이 존재하게 된다.이는 혼합화라는 그로테스크 미학의 중요한 방법론을 드러낸다. 그로테스크는 인간과 동물, 식물, 무생물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하기 위해 각기의 요소들을 키메라처럼 접합한다. 인간의 상반신에 번데기의 하반신과 나비의 날개를 이어붙인 듯한 기괴한 형태를 드러내는 윈터의 샷은 곤충과 인간을 혼합하는 전형적인 그로테스크적 구성이다.이를 서포트하는 에스파의 스타일링 팀은 헤어, 메이크업 등 전반적인 비주얼적 측면에서도 그로테스크의 미학을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카리나의 경우, 에스파의 시그니처인 헤드피스뿐만 아니라 네일에도 디테일한 피스를 붙여 동물의 발톱과 같은 인상을 준다.
당연하지만 대중음악의 제1목표는 거부감을 줄이고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파는 보란 듯이 케이팝에서 금기시되어온 것들을 분해하여 그로테스크의 미학으로 재조립한다.간단한 예시로,"아마겟돈"의 티저 사진은 아이돌의 티저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모두 범한 작품이다. 강한 역광으로 인물이 어둠 속에 가려 멤버들의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을뿐더러, 전반적인 실루엣도 걸그룹이라기보다는 괴기스러운 곤충과도 같은 형태로 촬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당신이 이 사진을 보고 아이돌의 티저로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면, 에스파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준 셈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당신에게 심미감보다는 이질감과 당혹감을 선사하기 위해 이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단독]방심위·선방위, 무더기 법정제재에 소송비용도 ‘역대급’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와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의 연이은 법정 제재에 방송사들이 불복 소송을 제기하면서, 올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최근 10년 중 가장 많은 소송...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BBC 선정 '가장 위대한 야생사진 작가' 내한… '희망이란 탄력회복성 전해'야생사진 거장 프란스 란팅 작가 작품 90여 점 오는 16일부터 전시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1박 요금 싸길래 질렀는데”…수수료가 더 비싸네, 이게 무슨 일 [Books]다크패턴의 비밀 / 헤리 브리그널 지음 / 심태은 옮김 / 어크로스 펴냄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추악한 '버닝썬 게이트'의 실체, BBC 다큐가 던진 질문[주장] 다큐 '버닝썬:K팝 스타들의 비밀 대화방을 폭로하다' 폭발적 반응을 보며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살아있는 여잘 보내줘' 버닝썬 미공개 자료 폭로한 BBC 다큐비밀 대화방 메시지와 동영상들 적나라하게 공개돼 충격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라인사태'에 노동자들 '이러려고 피눈물로 고생한 거 아냐'네이버노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해야"... 우원식 "노동자 보호"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