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비명을 지르자 콩이 나섰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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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가 비명을 지르자 콩이 나섰다 [오철우의 과학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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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중남미에는 ‘밀파’(milpa)라 불리는 섞어짓기 농법이 고대 마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옥수수, 콩, 호박이 좋은 짝을 이루는데, 옥수수는 튼튼한 지지대가 되어 콩과 호박이 타고 올라

중남미의 ‘밀파’ 경작지. 주로 옥수수, 콩, 호박을 섞어 심는 ‘밀파’ 경작법은 고대 마야 이래 지금까지 이어져왔는데, 밀파의 섞어짓기 경작은 세 작물이 서로 좋은 생장 환경을 만들어주어 생산량 증가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스위스 연구진은 야외 재배와 실험실 연구를 통해 밀파 경작 방식이 곤충의 생물다양성을 증대시키고 해충 피해를 줄이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발표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중남미에는 ‘밀파’라 불리는 섞어짓기 농법이 고대 마야 이래 지금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옥수수, 콩, 호박이 좋은 짝을 이루는데, 옥수수는 튼튼한 지지대가 되어 콩과 호박이 타고 올라 햇빛을 골고루 받으며 자라게 돕고, 콩 뿌리는 땅속에 질소와 미네랄 영양을 열심히 공급한다. 호박은 그늘을 만들어 잡초를 억제하고 습기를 유지한다. 셋은 상부상조하며 농부에게 단일 경작 때보다 더 많은 수확을 선사한다.

밀파의 섞어짓기는 해충 피해도 줄여준다고 얘기되는데, 최근 이를 과학 연구로 입증하는 결과가 발표됐다. 스위스 뇌샤텔대학 연구진은 멕시코 오악사카 지역의 농지 924㎡ 면적에 구획을 나누어 옥수수, 콩, 호박을 따로 또는 섞어 심고서 다섯달 동안 생태와 환경 변화를 관찰했다. 재배지와 실험실을 오가는 연구를 거쳐, 연구진은 단작에 비해 혼작에서 수확 총량이 더 많았으며 해충 피해는 더 적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는 지난달 열린 미국생태학회 연례회의에 발표됐고 학술지 ‘농업, 생태계와 환경’에 실렸다.사실 밀파가 아니더라도 섞어짓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농사법이다. 생산성을 따지는 대규모 재배에서는 단일 경작이 대세이지만, 작은 규모의 농사에서는 여러 작물을 함께 기르는 섞어심기를 흔히 볼 수 있다. 텃밭이 그렇다. ‘동반 식물’이나 ‘식물 궁합’ 같은 말로 검색하면, 어떤 식물 짝이 좋은지를 추천하는 시골과 도시 농부들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옥수수, 콩, 호박은 ‘세 자매’로 불릴 정도로, 수천년의 긴 세월 동안 찰떡궁합 관계를 검증받아왔다. 세 작물의 상부상조는 해충에 대응하는 연합 공조에서도 잘 나타난다. 스위스 연구진의 야외 관찰과 실험실 연구에 따르면, 작물들은 해충의 공격이 늘면 천적 곤충을 불러들여 해충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은 먼저 옥수수가 해충 공격을 받으면 독특한 향의 물질을 내뿜는데 이것이 주변의 콩에 일종의 신호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반응하는 콩은 잎 아래쪽에 꿀처럼 달콤한 물질을 분비한다. 꽃외화밀은 기생벌이나 개미 같은 천적 곤충이 좋아하는 먹이가 된다. 이런 메커니즘은 천적 곤충을 더 많이 불러들이고 수명을 늘려줌으로써, 결과적으로 해충 피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밀파 작물들의 연합 공조를 “옥수수가 비명을 지르자 콩이 귀를 기울인다”라는 재밌는 표현으로 보도했다.

연구진은 밀파의 섞어짓기가 곤충의 생물다양성을 높인다고 말한다. 작물들이 각기 다양한 해충을 불러들이지만 동시에 다양한 천적 곤충을 불러들여 전반적으로 해충 피해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밀파 농법은 숱한 경험을 거치면서 생태계 다양성의 이점을 농사에 활용하고 유지할 줄 알았던 농부들의 오래된 농사 지혜이다. 또한 연구진이 강조하듯이, 점점 많은 곤충의 멸종이 우려되는 시대에 밀파 농법은 생태계와 함께할 줄 아는 지혜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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