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영화 를 보고 든 삐딱한 생각
안 늙을 줄 알았다. '동안'이란 소리도 꽤 들었고, 학생 때나 지금이나 옷 입는 스타일도 그다지 바뀐 게 없고, 요즘 세대의 취향도 잘 따라간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부모님들이 건재하시니 그 앞에서는 여전히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이로 치면 반백년, 서울로 올라와 산 지도 이미 30년, 자식도 다 커서 군대까지 갔는데도 가끔 내 나이를 자각할 때는 놀라곤 한다.
몸뿐만이 아니다. 두어 달 전에 시아버지께서 급작스럽게 돌아가셨다. 심장마비였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남편의 초등 동창 아버지도 세상을 떴다. 역시 심장마비였다. 여기저기서 부음이 들리고 장례식에 가야 할 일이 늘어난다. 결혼, 백일, 돌잔치, 얘들 대학 합격 소식 등등이 들리더니 이제 초상 치르는 소식을 들을 차례가 온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지인들과 모임을 하면 주제가 무엇이든 결국은 노후 대책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다들 사는 모습은 조금씩 달라도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걱정은 공통적이다. 늙으신 부모님, 아직 책임져야 하는 자식들, 코앞에 닥쳐온 남편 퇴직, 연금, 세금 걱정 등. 수명은 길어졌다는데, 아직 남아 있는 수십 년의 세월을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 것인가, 어디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결론이 나지 않는 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남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계속 앉아 있다 보면 행여 좋은 정보라도 들을까 싶어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귀를 쫑긋 세운다.
이제 더 이상 그런 세상은 없다. 2018년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 비율은 16.7%이지만, 전 인구의 91.8%가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 과거의 농촌 공동체는 이야기 속으로 사라졌다.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위에 언급한 추억들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교과서를 통해,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한 것일 뿐이다. 극심하게 도시화된 사회 속에서 인간은 고립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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