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은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들의 삶과 아이돌 산업의 어두운 면을 탐구합니다.
케이팝 아이돌 의 열기는 끊이지 않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로제의 'APT'가 이슈가 되고 탄핵 집회에서도 아이돌 노래가 나오고 있습니다. 아이돌 산업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브랜딩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생산물 또한 사회에 무시 못할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이돌 이 꿈인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댄스, 노래 등 각종 경연 대회도 수시로 열립니다. 매체에서는 성공한 아이돌 의 화려한 모습만 나오지만, 그들의 내면은 어떨까?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 이나 연습생들은 어떨까? 남궁선 감독의 영화 '은'은 성공하지 못한 아이돌 , 아이돌 산업의 폐해를 다룹니다. 여행에서 드러나는 아이돌 의 시간 26살인 수민, 태희, 사랑은 은퇴한 아이돌 입니다. 학창 시절 가지 못한 수학여행에 미련이 남아, 전 재산인 98만 원을 들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도중 돈을 잃게 돼 제주 감귤 농장에서 귤 따기 일을 하고, 캠핑카에 머물면서 각자의 상황이 점차 드러나게 됩니다.
수민은 섭식장애로 음식을 넣는 족족 토하고, 사랑은 피해망상, 우울 등으로 정신과 약 없이 잠들지 못합니다. 태희는 군 복무 중 팀 해체 소식을 접하게 되었고, 은퇴 후에도 계약 기간이 2년 남아 소속사 사장으로부터 빚 갚으라는 연락을 계속 받습니다. 수민과 사랑은 '러브 앤 리즈'라는 여져 아이돌 그룹에 있었고, 나름 인지도를 쌓았지만, 동료의 죽음 이후 팀이 해체되었습니다.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잘된 건 좋은데 그 뒤로 긴 바지를 안 입혀주더라고. 바지가 점점 짧아져. 그런 옷이 불편한 게 진짜 많거든. 생리도 못 하고. 일 년 내내 피임약 먹는 거지.' 태희는 투자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소속사 사장이 성 접대를 종용했던 사실을 털어놓습니다. 이렇게 아이돌 산업에서 몸과 마음이 갈려 나간 상태로 제주도에 온 그들은 감귤 농장에서 첫 '정산금'이란 것을 받아봅니다. 자신이 과거에 선택한 삶을 후회하기도 그리워하기도 하며, 여전히 앞으로의 살날이 막막한 상태로, 서로에게 의지하며 영화는 좌충우돌 흘러갑니다. 영화는 자신이 선택한 꿈을 좇다가 실패한 이들의 상황이 개인 탓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임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습니다. 현실 속 아이돌, 연습생의 삶은 실제 K-POP 아이돌 산업 관계자들의 취재 자료나 증언을 보면, 어린 시절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연습생으로 길게는 9~10년까지 무급으로 머무릅니다. 과도한 경쟁과 다이어트 압박으로 인해 영양실조, 월경 장애나 정신 질환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노동자도 학생도 아닌 위치에서, 휴대폰 없이 하루 15시간 동안 운동, 춤, 노래를 연습하는 연습생을 돕는 어떤 법이나 규제도 없습니다. 운 좋게 데뷔해도 소속사가 투자한 비용을 모두 갚아야 합니다. 음악방송 무대 의상, 뮤직비디오 촬영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큰 자본이 필요한 산업이기에 중소 규모 소속사일수록 아이돌이나 연습생에게 금전적인 독촉을 하고, 압박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이돌 산업에 관한 연구들에 따르면, 대중음악산업에서 기획사, 방송사, 투자자,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사이에는 지속적으로 불공정이 발생합니다. 특히 아이돌과 연습생에게 취약한 계약은 관행입니다. 기획사 중심의 산업 구조로 인해 권력 불균형은 더 심해집니다. 이러한 구조를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돌은 자신이 생산한 음반, 음원, 이미지 등의 소유권을 기획사에 넘기고, 불균형적인 수익 배분을 받고, 기획사의 계약 및 통제 속에 자유로운 창작 활동이나 스케줄 결정권을 제한받습니다. 가수라는 직업적 본질적 의미를 넘어 단순히 '상품'으로서의 존재를 강요받으며, 인간 본연의 자아실현은 저해되고, 경쟁적인 연습생 시스템, 기획사의 통제, 대중 시선 등으로 인해 타인과의 자유로운 교류 및 관계 형성이 제한됩니다. 아이돌 그룹의 이런 소외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서 노동자가 겪는 소외와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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