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처음 찾은 엄마는 영정을 놓고 쓰러졌다 '이 골목에서 어떻게...' 이태원 49재 윤석열 이태원참사 이상민 조혜지 기자
체감 기온 영하 17.5도, 부쩍 추워진 날씨에도 14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사거리 이태원 광장은 오전 10시부터 북적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로부터 47일, 희생자들의 49재를 이틀 여 앞두고 영정이 놓인 시민 분향소 설치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가 전날인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청으로부터 분향소 설치를 위한 협조 공문을 받았음에도, 신자유연대 등 일부 보수단체는 사전에 해 둔 한 달짜리 집회 신고를 통해 현장에서 설치를 돕는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5조에 따르면, 분향소 설치와 같은 관혼상제 관련 집회는 집시법 적용에서 배제하도록 돼있다.
"아들아, 아빠는 네가 너무나 소중한 아들이었어. 미안해. 너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아빠 아들로 태어난 것이 아빠는 너무 행복했다. 고마웠다. 언제든 연락해 우리 아들... 보고싶다, 사랑하는 아빠가." "오십 가까이 살며 처음 이태원이란 곳에 와봤습니다. 숨도 안 쉬어지지만, 녹사평역 1번 출구를 찾았습니다. 우리 아이들 잊지 않고 기억해주셔서, 분향소 설치를 위해 나오신다기에 머리 숙이러 왔어요. 그런데 저 골목을 보고 이해가 안갔습니다. 전 너무나 긴 길인 줄 알았어요. 어른 발걸음으로 몇 걸음도 안 되는 곳에서 어떻게 그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지 상상이 안갑니다. 오후 6시 34분 신고 때부터 시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이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머리 아닌 가슴으로 잘못을 인정하시고 합당한 죄를 받으십시오. 우리 아들을 이렇게 보낼 수 없습니다. 도와주세요. 우리 아이들 살려내 이놈들아..."어머니는 이 말을 끝으로 마이크를 놓치고 주저 앉아 쓰러져 오열했다.
산발적인 갈등 상황을 제외하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진 분향소 설치 동안에는 시민들의 연대와 추모 참여가 줄곧 이어졌다. 20대 청년들로 대부분 구성된 청년 추모 모임 소속 40여 명은 행사 시작 전부터 마무리까지 제단 설치부터 장내 정리를 도왔다. 제단 설치는 관련 경험이 많은 민주화 과정 열사 및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연대 관계자들이 나와 현장을 이끌었다. 청년추모행동을 비롯한 일부 시민들은 혹시 모를 2차 가해를 대비해 돌아가며 24시간동안 현장을 지키기로 했다. 다른 일로 현장을 지나치던 두 중년 여성 시민은 분향소에 들어가 국화를 헌화한 후 찬찬히 영정을 살피며 고개를 숙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계 인사들도 추모 현장을 찾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보낸 조화도 분향소 옆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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