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는 마음은 세상의 무도함에 쉬 꺾이지 않는다. 📝김이경 (작가)
이 지면에 소개하려고 한동안 역사책을 읽었다. 메모도 해가며 열심히. 그러다 어느 날 책을 덮었다. 뉴스를 보며, 적당히 좀 하라고 뇌던 끝이었다. 책에는 아무 불만이 없었다. 그저 내가 무엇을 열심히 하고 싶지가 않아졌을 뿐. 이제까지 나는 열심히 살려고 애썼다. 유유자적, 일필휘지를 동경하지만 그건 애당초 내 능력 밖임을 알기에 몸으로 때우는 열심을 지향했다. 한데 그러기가 싫어졌다. 다들 너무 열심인 것이, 너무 기를 쓰고 끝장을 보려 드는 세상이 버겁다 못해 무서웠다. 사람의 일이란 좋고 싫음이든 옳고 그름이든 100퍼센트란 없건만 요즘은 ‘전부 아니면 전무’식으로 몰아붙이고 여차하면 뿌리를 뽑으려 드니, 하! 하지만 한숨을 쉬는 건 그만두련다. 인생은 길고 역사는 더 길다. 이럴 땐 잠시 세상을 등지고 하염없는 문장에 나를 맡기는 것도 한 방법. 하염없기로 치면 시만 한 것이 없다. 마침 얼마 전 도서관에서 발견한 시집이 있다.
나는 이 시집으로 그를 처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시집 세 권에 산문집까지 펴낸 인정받는 작가다. 미안해서 그의 첫 시집을 찾아봤다. 어려웠다. 사실 〈스미기에 좋지〉도 이해하기 쉽진 않다. 그래도 애매한 언어들로 분위기를 잡다가 끝난다는 느낌을 주는 이즈음의 시들과 달리 그의 시는 분명한 시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처음엔 막막하지만 읽다 보면 왜 그렇게 썼는지 이해가 되고, 엉뚱하게 느껴졌던 비유며 시적 장치들이 수긍이 되면서 시를 읽는 게 즐거워진다. 안정옥의 시어가 내 안에 쌓였던 슬픔을 건드려 흐르게 한다면, 김복희의 시어는 내 안의 상상을 건드려 꽃처럼 흐드러지게 한다. 〈스미기에 좋지〉에는 신, 혼, 귀신 같은 말들이 자주 나온다. 모두 있지만 없는 존재들이다. 생각 속에만 있을 뿐 실제로 눈에 보이거나 손에 잡히지는 않는 무형의, 그래서 어떤 점에선 무력한 존재들, 존재하지만 존재감은 없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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