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결혼에 관심 없는데... 제가 이상한 걸까요? 영화 다마다신야 미우라토우코 보통의카스미 조영준 기자
보통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어떤 뜻인지는 알 것 같지만 바라보고 있으니 어쩐지 아득해지는 기분이 든다. 뛰어나지도 않고 열등하지도 않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 단어를 삶이나 인생의 앞에 가져다 놓으면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삶의 기준은 남들처럼 뛰어나지 않은 생활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남들보다 열등하지 않는 삶에 두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방향을 알 수 없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다. 보통은 쉬우면서도 참 어렵다.
영화 는 연애 경험은 커녕 성적 끌림조차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카스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감정이 일어나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우정을 제외한 타인과의 관계를 맺어볼 기회도 의지도 없었던 한 여성. 영화는 그런 인물을 통해 그동안 소재로 쓰인 적이 드물었던 무성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다.대부분의 이성애자가 갖고 있는 성적 특징과 다른 종류의 에이섹슈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화가 주목하고자 하는 지점은 지연된 시점에 있다. 보통의 작품이 성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들이 성정체성을 처음 경험하거나 아직 인정하지 못한 상태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다루고자 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극 중 카스미는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인지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있는 상태다. 남들과 다른 성정체성을 갖고 있다고 해서 혼란스러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그녀의 모습을 향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해 오는 사회의 관념 덕분에 지금의 시선으로 카스미의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극의 타이틀인 '보통의 카스미'라는 표현 속에도 카스미가 일반적이지는 않다는 의미가 일차적으로 깔려있는 셈이다.타인과 다른 성향을 갖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하는 것은 사실 아니다. 실제로 카스미의 경우에는 누군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해 오는 순간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전형적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콜센터에 이어 유치원에 다니며 생활비를 벌고 친구와 만나 수다를 떨며, 늦은 밤 집으로 돌아와서는 가족과 안부를 나누는 그런 삶이다. 어린 시절부터 오랫동안 쳐왔던 첼로 연주를 그만두기는 했지만 그조차도 세상이 말하는 보통의 삶과 닮아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꿈 대신 현실을 살아가는 경험 한번 정도는 하지 않나.
본인이 동성애자라는 고백을 해오는 중학교 동창의 모습을 카메라가 담아내고, 영화의 중후반부를 지나며 가장 의지하게 되는 친구 마호가 AV 배우 출신이라는 설정을 갖게 되는 것 모두는 역시 카스미와 더불어 한 사회에서 소수자로 놓인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도 존재할 수 없고, 꼭 성정체성이 아니더라도 외부의 시선과 말들로 인해 스스로의 삶을 제대로 드러내고 이야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금씩 상황은 다르지만 결국 이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그들 자신이 아니라 그들 외부에 놓인 이들의 편협한 생각과 보편성에만 기댄 강요와 억압이라고 말이다.무엇도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카스미가 '자신만의 보통의 삶'으로 더 자신 있게 나아가게 되는 것은 두 번의 과정을 거치면서다.
대한민국 최근 뉴스, 대한민국 헤드 라인
Similar News:다른 뉴스 소스에서 수집한 이와 유사한 뉴스 기사를 읽을 수도 있습니다.
‘무차별 범죄’ 5년간 270건…발생 때만 화들짝, 대책은 ‘빈 칸’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묻지마 범죄’(이상동기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발생하고 유사한 범죄가 반복될 때에만 관심을 가질 뿐 수사당국 차원에서 관련 통계·사례 분석조차 관리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호신용품 관심↑...범행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男 불안감 더 커지난 21일 발생한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으로 시민들 불안감이 커지면서 호신용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24일 네이버 쇼핑에 따르면 사건 다음 날인 22일 하루 동안 20∼40대 여성과 20∼50대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는 모두 호신용품으로 집계됐다.10대 남성 사이에서는 2위, 10대와 50대 여성은 3위를 차지...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나도 당할지 모른다’…내몸 지키는 호신용품 관심 ‘폭증’지난 21일 발생한 신림동 무차별 흉기 난동 등 잇따른 무차별 범죄에 호신용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왜 여성의 젖꼭지에 모자이크를 해야 하나요?왜 여성의 젖꼭지에 모자이크를 해야 하나요? 영화 최성은 정인기 인디그라운드 젖꼭지3차대전 조영준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
죽음 관련 엇갈리는 진술... 그녀는 왜 한국을 떠났을까죽음 관련 엇갈리는 진술... 그녀는 왜 한국을 떠났을까 영화 김보라 배준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침묵 조영준 기자
더 많은 것을 읽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