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백은 주변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사은품이다. 에코백은 이런 저런 물건을 편하게 넣다 뺏다 할 수 있어서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매우 획기적인 디자인이 필요치 않으면서도 제작 공정 역시 복잡지 않아 서점은 물론 카페, 빵집 등 다양한 곳에서 사은품으로 활용한다. 그런데 직업적으로 에코백을 가장 자주 사용하는 이들이 있다. 과연 누구일까?필자가 현직 출판 편집자이다 보니 출판사 사람들 사이에 도는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2200번(파주와 합정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묵직한 에코백을 어깨에 맨 사람은 편집자다.”출판사 사람
“무엇이 출판을 죽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다 내가 죽소”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소식지 2호 제호에 밝힌 출판노동자들의 외침이다. 7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 신간 30%를 차지하는 외주화. 다단계 하도급 중간착취, 예술인고용보험 미적용. '출판의 위기' 담론을 빌미로 책을 만드는 현장에선 온갖 불안정 노동 문제가 지속돼왔다.
파주에는 출판사를 비롯해 출판 산업에 관련된 다양한 회사들이 모인 파주출판단지가 있다. 그리고 서울의 합정과 홍대 근방에는 크고 작은 출판사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파주와 합정은 말하자면 출판 산업의 핵심 지역이고 2200번 버스는 그 사이를 오가는 핵심 교통수단이다. 출판사를 다니는 이들은 대개 합정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파주출판단지로 출근하고, 파주출판단지에서 2200번 버스를 타고 합정으로 퇴근한다. 그리고 그들의 어깨에는 꽤나 잦은 빈도로 묵직한 에코백이 걸려 있다. 그 에코백에는 A3 종이에 출력된 교정지 200~300장이 페이지 순으로 질서정연하게 담겨 있다. 편집자들은 에코백 속 교정지를 집으로 혹은 24시간 영업하는 카페로 가져가 일을 한다. 왜 그들은 퇴근을 했음에도 일을 하는 걸까? 왜 그들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는 걸까? 그들은 왜 그러는 걸까?출판 편집자는 대표적인 마감 노동자다.
언론을 통해 IT업계에서 자주 활용되는 임금 지급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출판계 역시 포괄임금이 만연한 곳 중 하나다. 우습게도 출판사 직원 중 노동 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는 없다. 대부분 사무실 컴퓨터로 작업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지금까지 다닌 크고 작은 출판사 서너 곳 정도 중 포괄임금이 아닌 곳은 없었다. 사장의 비위를 맞추지 않을 경우 꽤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데, 내가 다녔던 예전 회사 중 한곳에서 겪은 일이다. 내가 속한 팀이 맡은 전집이 출간될 즈음, 팀 전체와 사장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사장은 팀장의 마케팅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본인 숟가락을 집어 던지는 것이었다. 숟가락은 사장 바로 앞에 앉아 있던 내 얼굴 바로 옆을 날아가 벽에 맞고 떨어졌다. 사장은 식사 자리에 함께한 직원들에게 길길이 화를 내면서 ‘지금 팀 상황이 이 모양인데 밥이 넘어가냐’는 등의 꽤나 길고 긴 폭언을 쏟아냈더랬다. 이후 우리 팀은 사장의 화를 누그러트리기 위해 야근을 이어갔고, 사장은 우리의 납작 엎드린 태도가 흡족했는지 이후로는 우리 팀과 관련된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물론 사장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했던 쓸데없는 야근에 대한 수당은 당연히 없었다. 포괄임금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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